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커버스타
[한효주] 그녀가 웃지 않는다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2-09-17

중전 역의 한효주

‘사건’이다. 그녀가 웃지 않는다는 건. 한효주가 머무는 자리엔 늘 미소가 맴돌았다. 한 나라의 임금(<동이>)이든 오만한 재벌 청년이든(<찬란한 유산>) 시력을 잃어가는 전직 권투선수(<오직 그대만>)든 활짝 웃는 그녀 앞에서 무장해제되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광해> 속 한효주는 다르다. 궁중 생활의 풍파에, 왕의 외면에,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 중전. 해를 품은 달의 숙명을 감내하기 위해 한효주는 웃지 않는다. 그녀의 미소가 없는 궁궐은 더더욱 차가워 보인다. “(캐릭터의 영향으로) 현장에 오면 마음이 무거웠다. 한번은 <광해> 다음 작품으로 준비하는 <반창꼬> 조감독과 프로듀서가 우리 현장에 놀러왔는데, 평소랑 너무 달라 말을 걸 수 없겠다며 나에게 인사도 안 하고 그냥 갔다더라. (웃음) <반창꼬> 현장에선 정말 잘 웃고 떠들고 까불었는데, 여기선 말을 한마디도 안 하고 있으니까.”

웃음과 말을 잃어버린 대신, <광해>의 한효주는 천만 굽이의 마음을 얻었다. ‘문에도 눈과 귀가 달린’ 궁에서 모든 감정을 가슴에만 담아두어야 했던 중전을 생각하며 그녀의 마음에도 주름결이 생겼다. “처음부터 광해에게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아니었다. 시나리오에 없는 내용이지만 스스로 그렇게 설정하고 나니 더 슬프더라.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던 사람이 날 폐위시키려 하고, 가족들을 다 죽이고. 그런 모든 상황에 대한 원망 같은 게 있었다.” 광해 대신 왕 노릇을 하는 하선에 대한 감정은 더 복잡하다. “이 남자를 사랑할 수도 없고, 원망할 수도 없고. 그게 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같다. 하선이 출궁하기 전, 중전이 은장도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이 있다. 열번 정도 테이크를 갔는데, 매번 감정이 왔다갔다 했다. 가만히 울어보기도 하고 격하게 흐느껴보기도 하고, 무표정하게 있어보기도 하고. 어떤 게 맞을지 몰라 다양한 감정을 생각하며 찍었다.” 이병헌이 광해와 하선으로 두개의 자아를 선보였다면, 한효주의 역할은 이 두 남자를 오가는 여자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여자 마음 탐구 생활’이었던 것 같다.

한효주에게 2012년은 ‘영화의 해’다. 개봉을 앞둔 <광해>와 더불어 곧 촬영이 끝나는 멜로영화 <반창꼬> 역시 하반기 개봉예정이고, 10월 중순에는 정우성, 설경구와 함께 <감시>의 촬영에 합류한다. 아직까진 <동이>와 <찬란한 유산>의 드라마 여주인공 이미지가 강한 그녀에게 영화 현장은 “보다 집중적으로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다. <광해> 현장에선 “이병헌 선배의 눈빛 연기를 보며 연기 욕심을 다시 한번 불태우는” 경험을 했고, <반창꼬>를 통해 “감독님과 친구처럼 격의없이 지내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깨달았다는 한효주는 앞으로 재능있는 신인감독들과의 독립영화 작업에도 도전해보고 싶단다.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쌓아오다보니 인디영화 시나리오가 잘 안 들어오는 것 같다. 난 항상 열려 있는데! 그러니 감독님들 연락 좀 주셨으면 좋겠다”라더니, 한마디 덧붙이는 말이 이렇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조금씩 조금씩, 하나씩 하나씩, 연기력을 쌓아가다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작은 영화 출연) 제안도 늘어나지 않을까. 그때까지 열심히 하는 걸로!” 이상이 여전히 신인배우의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임하는 8년차 배우, 한효주의 마음이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

스타일리스트 박만현·헤어&메이크업 MeinEN·의상협찬 프로노비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