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광해가 된다고 했을 때는 왕의 광기를, 류승룡이 허균이 된다고 했을 때는 발칙한 문관을, 한효주가 중전이 된다고 했을 때는 우아한 미소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세 가지 기대를 모두 저버린다. 이병헌은 광대 하선과 광해군, 1인2역을 소화해내며 웃음과 광기를 오갔고 류승룡은 발칙한 유머를 버리고 냉철해졌다. 한효주 역시 환한 미소 대신 건조한 표정으로 관객 앞에 섰다. 모두 자신의 무기를 버린 셈이지만 슬픔 대신 웃음으로, 광기 대신 따뜻함으로, 세 배우는 더욱 견고해진 자신의 결을 내보인다. 역모와 당쟁으로 가장 혼란스러웠다던 광해군 8년, 사라진 15일의 역사를 새로 채우는 세 배우는 자신들의 이야기 역시 새로 지어내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A Few Good Men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세 배우들,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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