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평안남도의 작은 마을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진광소학교, 오산학교, 평양 숭실대에서 공부를 마친 청년은 민족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 “근본적으로 정신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기로 한다.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귀국한 그는 신의주에 부모 없는 아이들의 삶터인 보린원을 세우고, 영락교회의 전신인 베다니전도 교회를 세운다. 이후 선교사 밥 피어스와 함께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을 창설하고, 베트남 피난민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주도하고,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1992년엔 한국인 최초로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한다. 바로 고 한경직 목사의 이야기다. “이 세상 살아갈 때 좋은 씨를 많이 뿌려라.” 한경직 목사는 척박한 땅에 좋은 씨 뿌리는 일을 한평생 업으로 삼은 인물이다.
한경직 목사 탄생 110주년을 맞아 기획된 다큐멘터리 <한경직>은 존경받는 성직자 한경직의 일대기를 그린다. 생애 전체를 다루다 보니 업적 위주의 나열이 되고 만 점은 아쉽다. 특히 템플턴상 수상 축하행사 때 “저는 역사 앞의 죄인입니다. 신사참배의 죄를 참회합니다” 라고 고백하는 장면, 또 어느 토론 방송에서 종교인은 왜 세금을 내지 않느냐는 대학생의 질문에 자신은 개인적으로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답변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그 아쉬움은 더 커진다. 업적이 부각될 때보다 인간 한경직의 생각과 속마음이 드러날 때 그와의 교감이 증폭된다는 걸 앞선 장면들이 증명하기 때문이다. 어설픈 과거 재연 대신 살아생전 육성과 영상 자료들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