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SESIFF 2012)는 관객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영화제다. 10분 이내의 짧고 강렬한 작품들을 다양한 플랫폼으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영화제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상영, SESIFF 모바일 웹과 Daum tv팟 어플을 통한 모바일 상영이 마련된다. 오프라인으로는 디큐브시티 스페이스 신도림, CGV구로, 구로구민회관 및 구로구 일대에서의 야외 상영이 준비돼 있다. 영화제는 9월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진행된다.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 ‘EOS MOVIE Project: E-Cut 감독을 위하여’에 선정된 두 작품을 개막작으로 상영한다. 올해는 김현규 감독의 <사랑의 묘약>과 장영록 감독의 <웨딩 세레모니>가 선정됐다. 이 지면에서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의 5개 중 4개 섹션의 주요 작품들만을 소개한다.
이젠 스마트폰 액정이 곧 스크린이다. ‘모바일 스틸로’ 섹션에서는 휴대폰으로 만든 영화와 모바일 상영을 위해 제작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제이 퍼거슨의 <가이드 스톤 에피소드1: 교회의 유령>은 긴박하게 이어붙인 숏이 인상적이다. 장편영화에서 오프닝 시퀀스만 잘라낸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샌디와 트레버가 본격적으로 사건에 뛰어들기 직전의 짧은 순간을 그렸다. 크레이그 안토니 퍼킨스가 연출한 <댄포드 오두막의 유령>은 스톱모션애니메이션도 실사 공포영화 못지않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색적인 바이럴 마케팅 영상들에도 주목해보자. 시몬 부릴이 연출한 <위대한 분노>는 화가 존 마틴의 전시 홍보물로 제작된 작품이다. 지하에서 깨어난 여자가 출구를 찾아 헤매다 간신히 올라간 지상에서는 화가 존 마틴의 작품이 실사로 재현되고 있다. 토 영화제마스 힐랜드가 노키아 N8의 카메라 테스트를 의뢰받아 촬영한 액션코미디인 <잠자리 사랑>은 깊고 선명한 화면 연출이 돋보인다. 캡 밤비노의 경쾌한 음악과 노르웨이의 맑은 풍광은 덤이다. 좀더 진중한 분위기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타머 샤반의 <이집트 혁명>이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이집트에 보내는 전세계인의 뜨거운 메시지가 그 온도 그대로 오롯이 담겼다.
올해 신설된 ‘해외 단편 채널 특선’은 프랑스 방송 <카날플러스>와 포르투갈 국영방송 <RTP>에서 제작 지원을 받거나 상영된 작품들을 초청한 프로그램이다. 유머러스한 터치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피에르 모스퀴트의 <그 머리 두 개의 눈>은 우스꽝스러운 애니메이션 안에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담아냈다. 진중한 주제의식을 실어 나르는 스피디한 전개가 눈에 띈다. 페드로 브리토의 <남자의 파두>는 어른이 되어 각기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친구들의 씁쓸한 성장담이다.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사람과 같이 보면 더욱 좋겠다. ‘키즈 익스트림 숏’ 섹션은 대사보다 표정과 제스처가 풍부하게 담긴 영화들로 구성했다. 시각 이미지에 큰 인상을 받는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해 원시적인 감각에 호소하는 작품들이 많다. 함께 순수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이반 코르타자르의 <나는 지겨워!>는 어른들이 더 사랑스러워할 작품이다. 악몽에서 깨어난 아기가 헤드폰을 쓴 채로 일에 집중하고 있는 아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엔딩 크레딧이 무척 귀여우니 절대 놓치지 말 것. 주안 파블로 자라멜라의 <루미나리스>는 빛의 창조에 관한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다. 평범한 사회구성원들이 만물의 법칙을 바꾸기 위해 참신한 계획을 세운다. 스톱모션으로 촬영한 화면이 아기자기하다. ‘테헤란 국제단편영화제 초청전’에서는 이란의 사회적 현안을 첨예하게 다룬 영화들을 엄선했다. 아케바 토랍 푸어의 <가득 찬 공기>는 전쟁 이후 서민들의 서글픈 삶을 담백한 시선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전쟁터에서 크게 다친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는 소녀의 슬픈 꿈을 그렸다. 반면에 마히붑 소크르카데히의 <시소>는 여전한 희망을 노래한다. 소녀가 혼자 타는 시소는 균형이 맞지 않아 소음이 심하다. 군인은 소녀의 맞은편 자리에 자신의 가방을 걸어준다. 초단편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찰나의 활력을 함께 포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