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기석(김민준)에게 웬 여자가 찾아온다. 옌볜에서 온 정은(곽지민)은 기석에게 사진을 한장 들이민다. 사진 속에서 기석은 어떤 여자와 함께 웃고 있다. 사진 속 여자는 정은의 쌍둥이 언니 소은이다. 그런데 기석은 이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다. 정은에게서 “닭대가리 아니냐”는 핀잔을 듣고서야 기석은 생각을 떠올린다. 급전이 필요해 친구에게 호적을 빌려줬고, 자신이 정은의 언니와 위장결혼한 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정은은 불법체류로 잡혀 있는 언니를 빼내기 위해 기석의 도움이 필요하다. 위장결혼이라 하더라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부부 사이로 발전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으면 된다. 정은은 부부의 침실 동영상만큼 확실한 증거자료가 없다고 생각하고 기석을 설득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제대로 된 동영상 제작에 착수한다.
신동엽 감독은 ‘찌질하지만 귀여운’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웨딩스캔들>은 귀엽지 않다. 찌질함들이 코미디로 수렴되지도 않는다. 호적 따로 현실 따로의 삶, 그러니까 결혼은 언니와 하고 연애는 동생과 하는 이야기도 발칙하려다 만다. 대놓고 섹스코미디를 찍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정은이라는 캐릭터에게 도무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먼저 의견을 내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듯 보이는 정은은 조선족은 무조건 순진할 거라는 믿음 위에서 구축된 캐릭터다. 수도 없이 반복되는 기석과 정은의 침실장면은 그래서 불쾌하다. 1인2역을 맡은 곽지민의 연기도 어설프다.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는 기석 캐릭터를 온몸 바쳐 연기한 김민준만이 홀로 분투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