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은 없다. 이탈리아의 최장수 스튜디오 치네치타의 노사 갈등이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50일째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1750억유로짜리 리모델링이다. 1997년에 민영화된 치네치타의 경영진은 치네치타가 다른 유럽 국가의 스튜디오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서비스 질의 향상”을 통해 세계의 영화 제작자들을 유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해석은 다르다. 경영진의 속셈은 관광사업에 있으며 스튜디오 사업은 축소되리라는 것. 그들로서는 정리해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롭게 거듭날 치네치타는 스튜디오 이상이다. 디지털 장비와 사무공간의 보강 외에 호텔, 의료시설, 헬스센터까지 지어진다. “치네치타에 영화를 만들러 온 제작자나 감독이라도 시내에 있는 호텔에 묵으려고 하지, 여기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영화사업을 키우는 게 진짜 목표라면 6천대를 수용할 만큼 큰 주차공간이 필요하겠나.” 파업 중인 직원 스테파노 발리라노의 지적이다. 이탈리아 감독들도 같은 의견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도 영화 부문 축소를 우려해 리모델링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내놓았다.
투쟁은 계속된다. 치네치타 노조는 스튜디오 밖에 텐트를 친 채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텐트에는 ‘치네치타 오쿠파타’(Cinecitta Okkupata)라고 쓰여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빈부격차 심화에 반발해 벌어졌던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의 구호를 빌려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거센 반발에도 경영진은 어떤 보장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갈등이 지속되면서 외신들은 세계 영화사의 중요한 장소가 자본의 논리 속에 변질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치네치타는 1937년에 설립된 뒤 75년간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 등에 무대를 제공해온 유서 깊은 스튜디오다. “스튜디오는 불가침의 역사적 장소로서 잘 보존될 것이며, 스튜디오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추측은 가당치 않다”는 경영진의 공식 해명으로도 노조가 보이는 우려의 시선을 잠재우긴 힘들어 보인다. 치네치타가 곤경을 딛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