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지는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가 우울하게 하는가. 천계영의 만화 <드레스 코드>는 후자인 사람을 위한 ‘리얼 변신 프로젝트’다.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니라 매장에서 괜찮아 보이는 옷을 무턱대고 산 뒤 옷걸이에 처박아두는 사람에게 유용한 가이드다. <드레스 코드>는 어디에서 옷을 살 것인가부터 시작한다. 옷 사러 갔다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사이즈 보여드릴까요?”라고 묻고, 두어벌 입어보기도 전에 뭐 하나를 고르라는 종업원의 말에 스트레스받은 적이 있다면 SPA(기획, 제조, 유통까지 하는 의류 브랜드) 브랜드를 공략할 것. 가서 마음껏 입어보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을 것.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옷장 채우는 마법의 가게가 된 SPA 브랜드를 주목하라는 말이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어울리는’ 옷을 찾는 법에 대해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매스컴이 아닌 내 몸을 패션 교본으로 삼는 일 말이다. 백날 새 옷을 사도 비슷해 보인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에게 ‘실루엣’에 주목하라는 조언은 특히 유용하다. 모직바지, 카고바지, 청바지가 모두 같은 실루엣으로 연출된다면 바지가 한벌밖에 없는 것과 매한가지일 수 있다. 옷의 프린트를 다르게 할 게 아니라 실루엣의 차이를 만들어라. 책에 실린 각종 체크리스트도 리얼리티 체크에 도움이 된다.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는 둥, 패션의 완성이 젊음이라는 둥 하는 말에 지레 겁먹지 않고, 네크라인이나 칼라 선택을 통해 부드러운 인상이나 약간 살이 빠진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장소에 맞는 옷을 선택하는 열쇠는 ‘어깨’다. 부족한 부분을 가리는 방식이 아니라 장점을 살리기 위해 입으면 된다는 기본적인 조언이 그런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힘을 얻는다. <오디션> <언플러그드 보이>의 천계영은 이 과정에 하나의 이야기를 넣었다. 그녀 자신이 옷장을 리뉴얼하는 과정을 중계하는 방식을 택한 것. 그 덕에 ‘어울리는’ 옷을 찾는 모험은 믿을 만한 ‘언니’와 머리 맞대고 도란도란 고민하는 재미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