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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단체관람한 형사들의 수다 (3)
2002-01-25

“설경구처럼만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부검을 안 했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최 - 영화에서 강철중이 피의자한테 분노에 사로잡히는데, 그런 경우가 우리도 있기야 있어요.

신 - 그렇지. 강력계 형사가 말이죠, 어떤 오기나 집착, 집념이 없으면 사건 해결이 안 돼요. 여기 일선에서 직접 뛰는 반장하고 반원이 있지만, 그참, 잔인한 현장이라든지 흉악범을 수사할 때, 당연히 공분을 느끼죠. 그걸 못 느끼면, 내가 월급받으니까 수사를 해야겠다, 이거 갖고는 해결이 안 돼요. 그런 공분을 가지는데, 그렇긴 한데, 그렇게 줘패서 죽이고, 이거는 안 되는 거지. (일동 웃음)

조 - 과거에 그런 일이 있기는 있었어요. 자, 절도 피의자 집에서 압수를 해. 자기가 가지지 않을 물건을 갖고 있으니까. 그걸 갖고, 이거 어디서 샀어 물어본다구. 그러면, 중앙시장에서 샀습니다, 그러면 할말이 없어.그러면서, 이 친구가 여길 보십쇼. 여기다 제가 이렇게 표시를 해놨습니다, 이건 내껍니다, 그러면서 대놓고 욕을 하는 거야. 그러면 우리도 화나지. 훔친 거 뻔한데. 그러니까 (최 형사 쪽을 보며) 이런 친구들이 조금 힘(주먹을 뜻함-편집자 주)을 쓰면, 우리가 묻지도 않았던 거, 몇월 며칠 몇시경 어느 집에서 이러이런한 물건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한다구. 그래서 확인을 해보면은 딱 맞아, 시간까지. 그런 경우가 있어요. 뭐 옛날에 그랬다는 거지.

최 - 영화에 나오는 것 중에 형사들이 많이 다친다는 건 맞아요.

조 - 많이 다치지. 내가 조직폭력배 때문에 천안에 내려가서 수사를 한 적이 있는데, 차 세대를 가지고 주변 동태를 훑다보니까, 얘들이 벌써 다방에 한 사람을 앉혀놓고 골목골목에 한 사람씩 서 있는 게 눈에 딱 들어오는 거야. 성북경찰서 강력반장을 할 때였는데, 다방에서 뛰쳐나온 한명을 차에 실어놓고, 골목에 있는 사람을 죄다 잡는데, 스물한살 먹은 한명이 엄청 힘이 세. (최 형사를 가리키며) 이 친구 정도 돼. 도저히 당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내가 총을 빼들었지. 총을 빼들었는데도 총을 못 쏠 걸 알고 발로 걷어차버리는데 직원 세 사람이 붙들다 나뒹굴어버렸어. 그래서, 우선 내 무릎이 다 까져버렸어. 우리 직원 발가락 부러진 게 있고, 그랬는데, 그러면서도 총을 들고서 우리가 주민들한테 빨리 112 신고 좀 해달라, 하는데 안 해주는 거야. 구경꾼들은 몇십명 되는데.

최 - 그런 경우가 많아요. 제가 91, 92년에 지하철 수사대에 있었는데, 지하철 안에서 소매치기범하고 치고받고 붙었는데도,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 중 도와주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요. 쟤네들은 지금 싸우고 있구나, 누가 이길까, 구경하는 거야. 먹고살기 바쁘니까…. (웃음)

윤 - 영화 보면서, 나라면 설경구씨처럼 저렇게 수사 안 한다, 그런 심정은 누구나 형사라면 다 가졌을 겁니다.

최 - 영화 속에서와 같은 그런 사건이 발생이 되면, 현실에서는 이렇습니다. 우리 경찰서에서 수사본부가 설치가 되고, 경찰청에서도 나와서 자문을 하고 수사관 회의를 합니다. 회의를 하면서 각 형사들의 개개인 의견을 다 물어보는 거예요. 왜, 사건은 하나지만 보는 사람마다 방향이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마다 의견을 다 들어보고 그걸 수렴해서 수사방향을 잡고 이러는 게 정상인데, 거기는 전혀 수사관 회의라는 게 없죠. 어떤 방향으로 수사를 한다거나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윤 - 우리 경찰 수사가, 여러 수사기관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과학수사에요. 검찰도 수사기관이고 하지만, 우리만큼 과학시설 기관을 두고 하는 데가 없습니다. 그만큼 인력도 방대한데, 오로지 주먹 하나만 가지고 오기 하나만 가지고 수사를 하는 걸로 비쳐진 게 섭섭합니다.

조 - 그래도 형식은 갖췄더만. 관에서 누가 나와서 가운 입고 현장 조사하고, 그런 게 나오긴 하는데, 우리는 머리카락 하나까지도 다 채집해서 감식하죠.

최 - 부검을 며칠 동안 안 했다는 자체도 말이 안 돼요.

조 - 그럼. 부검을 안 해서 여기 목에서 손톱이 나왔다는 거, 먹어서, 그건 절대로.

신 - 그건 있을 수 없죠.

신 - 부검하면 바로 나오니까.

조 - 피해자 가족이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부검을 바로 해요.

신 - 그럼, 살인사건은 부검을 바로 해야지.

윤 - 타살혐의가 있으면 우리가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요. 사체를 압수하는 거예요, 경찰이. 그래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아니면 유족이 원하는 관할 인근 대형병원에서 법의학 박사들이 와가지고 다 절개를 해서, 약물로 죽었는지 뭔지 알아내죠.

신 - 머리부터 싹 벗기는데 뭐, 나중에 여기서 손톱이 나왔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윤 - 이만한 간도 다 토막내서 단면을 다 봐요. 사진을 찍고 일부를 떼서 병원에 장기보관을 해놓고 그러는데, 주먹구구식으로 수사하고, 그 일반인이, 마약꾼들이 사체있는 데 가서 하는 건 잘못된 거죠, 그건 정말.

조 - 손톱 같은 것은 바로 발견하지, 우리는.

최 - 다음에 경찰영화를 만들려면, 강력사건 수사본부 차려논 데 있거든요, 거기서 한번 부대껴보고, 아 이렇게 고생을 하고 현재 수사는 이렇게 과학적으로 하는구나 이런 걸 보고 나타내주면 더더욱 좋죠.

신 - 근데 영화를 말이지, 그렇게 다 알고 찍으면 다큐멘터리지. (일동 웃음)

“설경구처럼만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윤 - 마음에 와닿았던 것도 있어요. 뭐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보고 나서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먹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건데.

최 - 경찰관이 그렇게 때릴 수 있었다는 거에 대해서는….(일동 웃음)

조 - 우리한테 그런 걸 주었으면 좋겠어.

최 - 만일에 그 정도의 공권력을 준다면….

신 - 아마 그 영화에서 우리 형사들이 보고 공감한 부분이 그걸 거예요. 그 친구 설경구가 그냥 지 멋대로 아무데나 가서 쥐어패는 거, 아마 그런 거 보고 쾌감을 느꼈을 거야. (웃음)

조 - 그렇죠.

신 - 사실 전혀 우리하고는 거리가 있으니까.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니까. 살인범을 앞에 잡아다놓고도, 이걸 한대 쥐어까놓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에요. 그런데, 범인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수사대상에 있는 놈을 찾아다니면서 괴롭히고 쥐어패고 그런 거는 못하죠. 근데 그렇게 마음대로 하는 자유스러운 행동에 동경심은 가졌겠죠, 우리 형사들이.

조 - 우리도 인간이기 때문에 피의자를 앞에 놓고보면 솔직히 감정이 앞설 때가 있죠. 그걸 억제하고 있을 뿐이지, 사람이 다 똑같은 인간인데 감정이 없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참는 거죠.

신 - 강력사건은 하나도 똑같은 게 없어요. 지난해 서울시청 관할에서만 250 몇건이 일어났죠. 대부분 다 해결됐어요. 근데 최근에 이제 범죄가 동기없는 살인 아니면 적은 돈 뺏기 위해서 사람을 함부로 살해를 하죠. 엊그저께 어떤 찻집에서 여자가 금방 있다가 죽었는데, 술값 23만원 외상해달라고 그러는 걸 안 된다고 했다가 그만 죽은 거야. 얼마 전에도 서초서 관내에서 주부가 살해당했는데, 강도가 돈 훔치러 들어와서는 잘살고 그러는 게 불만이 많다면서 괜히 때려죽였어요. 사회가 왜 이렇게 됐지, 이런 생각이 들죠. 범죄도 발전을 합니다. 그래서 수사하는 입장에서도 많은 연구를 합니다. 어디 과일가게에 가서 공짜로 얻어먹고…. 그럴 수는 없죠. 제가 77년에 경찰 들어왔는데 그때는 그런 게 좀 있습디다. 극장도 경찰입니다 그러면 들여보내주고, 버스도 공짜로 타고 그랬는데, 그건 70년대 이야기지, 뭐. 외국에선 경찰관이라고 신분증 보여주면 차도 뺏어 타고 그러잖아요. 우리가 그랬다가는 바로 징계먹고 쫓겨나가요.

조 - 제가 내후년이면 정년퇴직을 합니다. 여기서 겪은 것도 다 삶의 일환이지요. 지금 세상은 옛것이 없어지고 너무 각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령 길거리에 사람이 쓰러져 있습니다. 실제 저 사람이 아파서 쓰러져 있단 말이야, 근데 요즘은 발로 툭툭 차고 지나가면서 저놈 자식 낮에부터 술 먹고 쓰러져 있어, 그런단 말이죠. 옛날에는 절대 그런 게 없었습니다. 술을 먹었든 어쨌든 부축을 해서 집이 어디냐 물어보고, 그랬다구. 그런 건 서글퍼요.

신 - 형사영화라…. 많죠. 하지만 영화 볼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형사들이. 나는 일선 형사들 보충교육을 시킬 때, 형사는 영화도 많이 봐야 하고, 비디오도 많이 봐야 하고, 연속극도 많이 봐야 한다,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왜, 그 사람들의 표정연기나 이런 걸 봐두는 게 수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지만 영화 볼 시간이 사실 없습니다. 내 입장에서 볼 때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최근에 가장 형사다운 형사영화가 아니었느냐, 싶습니다. 우리 현실에 거의 부합하니까. <공공의 적>도 시스템은 알고 있긴 하더라구요. 감찰관 등장시킨 것도 그렇고, 전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인데 그런 게 사실 있긴 있어요. 하지만 감찰관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죠. 사람들이 보고 즐기기에는 좋은 영화예요. 우리가 오해받을까봐 사실 불안은 하지만. 저는 어제 와이프를 초청하고 딸을 불렀는데, 보고나서 내가 딸한테 물어봤어요. 어떻더냐. 그랬더니 그래요. “재밌다. 이거 대박일 거 같다.” 그래, 나는 “재미가 하나도 없다”, 그랬죠. 그러니까 아빠가 재미가 없는 것은 형사의 실상을 다 아니까 그런 거 아니냐, 우리는 모르고 보니까 재밌다, 그러더라구요.

조 - 난 어제가 완전히 가족나들이였습니다. 한 20년 됐나, 가족들이 함께 영화 본 게. 우리 형사들은 사실상 놀다시피 할 때가 있어요. 수사 나가서 잠복할 때. 멍하니 몇 군데 주시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집에 들어가서 가족하고 함께할 시간은 없죠. 그래서 우리와 관련된 영화지만 시사회를 우리 가족들과 함께하도록 열어준 것에 대해 강우석 감독과 제작사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신 - 지금 한국영화가 상당히 인기가 있습디다. 즉, 나도 뉴스에서 봤지만 세계적으로 자국영화를 보는 수준이 높은 데가 한국이라고 그래요. 젊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영화를 많이 보는데, 지난해에는 정말로 조폭영화가 많았어요. 조폭생활을 미화하는 듯한 영화가 많이 나와가지고 저희들이 사실 곤혹스러웠습니다. 실상 조폭을 보면, 조폭생활이 그렇지도 못해요. 근데 미화가 돼가지고, 심지어는 애들이 조폭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하고, 그래서 많이 문제가 됐는데, 올해에는 형사물이 많이 나온다고 그럽니다. <공공의 적>, 이 영화가 우리 눈으로 보면 참 맞다 싶은 게 있어요. 영화에 보면 이유없는 살인이 나오죠. 그런데 실제 현재 이유없는 살인이 생겨나고 있단 말입니다. 정말 아무 이유없이, 아무런 생각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건들이 있어요. 그건 표현 참 잘 했어요. 하지만 반장한테 욕이나 해대고 그런 건 있을 수 없죠, 이 조직에서는. 어쨌든 앞으로 형사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실제 우리 생활에 더 가깝게 만들면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한테 많이 물어봐야죠. 그러면 영화 더 좋아지지(웃음). 정리 최수임 sooeem@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공공의 적> 단체관람한 형사들의 수다 (1)

▶ <공공의 적> 단체관람한 형사들의 수다 (2)

▶ <공공의 적> 단체관람한 형사들의 수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