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5일 텍사스주의 한 극장에서 <2016: 오바마의 미국>(2016: Obama’s America)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개봉했다. 얼핏 제목만 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임을 지지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다큐는 ‘만약 오바마가 재선에서 승리한다면 2016년에 우리는 어떻게 될까’라고 질문하는 ‘안티 오바마’ 영화다. 그런데 이 다큐의 흥행몰이가 예사롭지 않다. 1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점차 스크린 수를 늘려나가더니, 8월 셋쨋주 미국 박스오피스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8월 넷쨋주에는 상영관 수가 1천여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2016: 오바마의 미국>의 예상치 못한 선전을 반(反)오바마 정서가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인도 출신의 정치 평론가 디네시 디수자와 존 설리번이 공동연출한 이 다큐는 디수자의 책 <오바마 분노의 근원>(The Roots of Obama’s Rage)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반식민주의 성향이 강한 오바마는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길 원한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식민주의 정책을 옹호한다. 공동감독인 존 설리번은 이 작품의 인기가 “주류 언론과는 다른 시각으로 오바마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미국의 영화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는 <2016: 오바마의 미국>의 흥행이 “사상을 숨긴 영리한 홍보” 덕을 본 것이라고 해석한다. 영화 포스터에는 “그를 사랑한다. 그를 싫어한다. 당신은 그를 모른다”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사람들이 모르는 오바마의 새로운 모습이 다큐에 담겨 있는 것처럼 홍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현지 언론은 이 영화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 파장이 큰 영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한편 연말 대선을 앞두고 국내에서도 현직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하반기 개봉을 준비 중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호주자본 맥쿼리의 관계를 파헤치는 <맥 코리아>는 과연 ‘우리가 몰랐던 대통령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데 성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