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작의 작가에겐 늘 의혹의 꼬리표가 붙기 마련이다. 1년에 서너권 이상의 작품을 말 그대로 ‘쏟아내는’ 일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작가생활 40년 동안 무려 980편의 저서를 집필한 괴물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경우, 편집자들이 어림잡아 셈해봤더니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곤 늘 책상 앞에 붙어 있어야 가능한 작업량이었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이런 ‘의혹 클럽’에 가입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표지와 내용이 바뀔 뿐, 서점 신간 코너에 변함없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히가시노의 작품은 장르로는 추리물, 서스펜스, 학원물, 소재로는 수학, 과학,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을 넘나들며 독자들의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번 신작은 그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이다. 히가시노의 작품을 둘러싼 모든 미스터리의 실마리가 사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가 각양각색의 사람이 몰려드는 호텔을 25주년 기념작의 주무대로 잡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최고급 호텔을 배경 삼아 펼쳐지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사건은 히가시노의 전작을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살인사건 못지않게 기묘한 손님들과 호텔리어가 벌이는 ‘가면 놀이’야말로 이 작품을 즐기는 진정한 묘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갈릴레오> 시리즈의 유가와 교수와 <졸업> <악의> 등의 작품에 등장했던 가가 형사를 잇는 새로운 페르소나, 닛타 코스케 형사의 출현이 반가울 것이다. 번득이는 추리력을 지녔지만 다혈질에 경찰청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속마음마저 엉겁결에 드러내는 코스케는 헛점이 엿보여 더 귀엽고 인간적인 캐릭터다. 그가 노련한 아저씨 형사 노세, 외유내강의 호텔리어 나오미와 지지고 볶으며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름답든 추하든, 결국 이 모든 건 사람의 일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