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편향 보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무려 10만여명이나 모여 매주 금요일 총리관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매스컴이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후에는 원전을 어떻게든 재가동하고 싶은 일본 정부의 의향이 있을 터인데, 공평하게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 정부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사실 일본에서 이런 식의 편향 보도는 처음이 아니다. 90년대 이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부각되면서 일본에서는 북한을 둘러싼 보도가 많아졌다. 문제는 내용이다. 일본 언론은 매일같이 북한 최고 권력자의 동향만 보도하고 그외는 일체 알리려고 하지 않았다. 취재를 규제하는 북한쪽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런 식의 편향 보도가 일본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품도록 만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편향적인 보도 자세에 과감히 맞서려고 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바로 양영희 감독 같은 사람이다. 아버지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총련) 간부인 그녀는 지금까지 두편의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2005)과 <굿바이, 평양>(2011)을 통해 북한 사람의 진짜 삶을 그려냈고, 2006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흥미진진하게도 양영희 감독은 얼마 전 처음으로 극영화를 만들었다. <가족의 나라>(Our Homeland)는 1971년에 대대적으로 펼쳐졌던 재일조선인 ‘귀국사업’(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간 오빠가 뇌종양 치료를 위해 25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와 가족과 보내는 짧고 귀중한 시간을 그린 영화다. 극영화이긴 하지만 어린 시절 귀국사업으로 세 오빠들이 모두 북한으로 떠나버렸던 양영희 감독의 체험이 짙게 반영되어 있는 작품이며, 양 감독의 말대로 “자신의 가족을 소재로 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해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양영희의 첫 번째 극영화이자 예민한 소재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벌써부터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양영희 감독은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예술영화관연맹(CICAE)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여러 영화제에 지속적으로 초대받고 있다.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 북한 감시원 역할로 출연하기도 하는 <가족의 나라>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며, 일본에서는 지난 8월4일 도쿄에서 개봉했다.
극중 여동생이 바로 나다
양영희 감독 인터뷰
(2012년 8월3일, 오사카 <ABC> 라디오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재구성함.)
-첫 번째 극영화다. 당신의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 어디서 찍었는가. =도쿄에서 찍었다. 웬만하면 내가 태어나서 자란 오사카에서 찍고 싶었지만 첫 번째 극영화다 보니 예산이 별로 없어서 오사카로 이동하긴 무리였다. 배우, 스탭들이 집에서 촬영현장까지 직접 와주었다.
-극영화이긴 하지만 내용은 자전적이다. =그렇다. 오빠와 여동생이 중심인물인데 여동생은 나 자신이 모델이며, 오빠는 내 오빠들을 합친 듯한 캐릭터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종양 치료 때문에 일시적으로 일본에 돌아온 셋째 오빠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디어 평양>도 그렇고, 여태까지 당신 자신의 이야기를 찍어왔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찍고 싶은가. =<디어 평양> 때문에 북한에 입국이 금지되는 등, 내가 여태까지 그려온 것은 ‘경계’를 넘어갈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앞으로 현실에서는 넘을 수 없는 ‘경계’를 상상 속에서 넘어가보고 싶다. 마치 우화처럼 말이다. 이번에는 양익준 감독이 배우로 출연해주었는데 앞으로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두 나라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