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토탈 리콜>에 대한 기억이 있나. =열네살? 열여섯살이었나? 집에서 베타맥스 테이프(소니가 1975년에 개발한 VTR 방식의 하나-편집자)로 처음 봤다.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고, 앉은자리에서 네댓번은 연속해서 본 것 같다. 그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고 좋아서, 스크립트를 읽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좋아한 영화의 리메이크이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겠다. =리메이크는, 정말, 까다롭다. 원작의 팬으로서 쿠아토가 등장하는 장면이나, 기형이 된 화성인이 화면에 보여질 때 깜짝깜짝 놀래는 장치들이 그대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원작과 전혀 다른 리메이크로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결과적으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영화가 나왔다. 이 영화는 여름 박스오피스를 노리는 액션블록버스터다. 그런 포장 뒤에 현실과 환상, 정체성을 두고 벌이는 마인드 게임이 있다.
-리메이크는 잘하지 못하면 실패하는 게임이다. 2012년 판 <토탈 리콜>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스크립트, 감독, 미술이다. 각본은 읽자마자 마음에 들었고, 감독을 만나 그의 해석을 들었을 때 믿음이 갔다. 관객을 지능적으로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할 수 있을 거다.
-배우라는 직업은 당신을 일종의 환상 속에서 살게 한다. =맞다. 그래서 나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거울 속에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보이는 나를 믿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의 생각에 더 신경을 쓴다.
-그게 당신이 유명세에 대처하는 방법인가. =모든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유명세가 따라오면서 내게 주어진 여유와 능력에 늘 감사한다. 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려고 하면 언제고 이런 생각의 스위치를 껐다가 켜서 긴장하려고 한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만난 적이 있나. =있다. 2003년인가?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의 손안으로 내 손이 사라지는 걸 봤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