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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옴므’를 지우다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김성수

운동으로 다져진 몸? 소용없다. 수천 피트 상공에서 경험하는 마하의 속도, 몇배로 가중된 중력은 건장한 남성의 몸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김성수는 말했다. “다시는 전투기를 타고 싶지 않아요.” 전투기에 탑승하려면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중력테스트에서 정지훈을 제외하고 <알투비>의 모든 배우가 나가떨어졌다. 그 상황에서 유준상은 ‘기절 투혼’을 보였다. 감동받은 김성수가 후배들을 꼬였다. 다시 한번 중력테스트에 도전하자고. 그러곤 모두 테스트에 성공했다. 배우들은 그렇게 훈련 첫날 “한팀”이 되었다.

김성수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알투비>에서 그가 연기하는 21전투비행단 편대장 박대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초기 시나리오에서 대서는 그저 “멋있는 조각미남” 캐릭터였다고 한다. 김성수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났으면” 싶었다. 대서는 아내와 일찍 사별하고 혼자 아들을 키운다. 동료에겐 다정하고 후배에겐 너그럽고 상사에겐 깍듯하다. 그런데 자신을 향한 유진(이하나)의 마음은 애써 외면한다. 자식 딸린 홀아비의 짐을 유진에게 떠안기기 싫어서다. <알투비>에서 가장 인간적인 매력을 풍기는 인물이 바로 대서다. 일단 김성수는 대서가 되기 위해 살을 10kg 찌웠다. 푸근한 인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다음, ‘한치 앞을 모르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모습을 연기에 녹였다. “관객이 대서의 이야기를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복선을 깔지 않는 연기. 우리의 일상이 그렇잖아요.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다들 모르고 사는 거.”

대서는 지금껏 김성수가 연기해온 인물군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김성수는 푸근한 사람이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보통 사람’을 연기하는 게 김성수에게 연기 변신인 이유다. 드라마 <풀하우스> <변호사들> <못된 사랑>, 영화 <모노폴리>에서 김성수는 차가운 도시 남자의 전형을 연기했다. “딱딱하고 심각한 이미지”의 캐릭터는 인간 김성수마저 딱딱하고 심각한 사람인 것처럼 만들었다. 그런데 현실의 김성수는 진지하지만 딱딱하진 않다. 과묵할 것 같지만 말도 많은 편이다. <천하무적 야구단> <승승장구>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예능감도 펼쳐 보였다. <SNL코리아>에선 무려 ‘백터맨’ 코스프레를 선보였다(<지구용사 백터맨>은 김성수의 데뷔작이다). 창피할 수도 있는 과거를 개그의 소재로 승화한 그의 대인배다움은 김성수를 차가운 남자에서 훈훈한 남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예능 출연은 김성수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김성수는 아직까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어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가 입고 싶은 옷은 뭘까? “저에겐 이중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자유로워 보이지만 보수적이고, 유쾌해 보이지만 시니컬하고, 전혀 울지 않을 것 같지만 눈물이 많고, 영어를 굉장히 잘할 것 같지만 영어를 전혀 못하는. (웃음) 콘트라스트가 강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보는 사람도 재밌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그는 “훌륭한 코미디영화에 출연하는 게 평생의 꿈”이라고 말했다.

조바심은 내지 않으려고 한다. 김성수는 올해 마흔이 됐다. 20대 땐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열망이 컸고, 30대 땐 ‘하고 싶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컸다. 40대가 된 지금은 주어진 역할을 잘해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한다. “이 일을 사랑해요. 그러면 오래 하고 싶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내가 더 발전해야 하고 더 훌륭해져야 하죠.” 대기만성형의 이 배우는 누구보다도 기다림의 시간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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