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을 하는데 우연히 ‘SJM 야만의 새벽’이란 제목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도 강렬했거니와 얼마 전 굉장히 감명 깊게 본 유명한 다큐멘터리의 감독이 한 멘션이라 주저없이 링크를 클릭했다. 하지만 영상은 시작부터 끝까지 핏빛이었다. 팔다리가 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의 몸통이 역시 피로 뒤범벅된 그들의 얼굴에 매달려 둥둥 떠다니며 네모난 화면의 모서리들까지 모조리 붉게 색칠했다. 한마디로 끔찍했다.
피범벅이 된 이들은 ‘SJM’이란 기업체에 근무하는 파업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피범벅으로 만든 건 한 사설 경비업체 용역들이었다. 영상은 노조원들이 사설 경비업체 용역들의 폭력으로 피범벅이 되는 과정을 별다른 해설 없이 날것으로 나열하는데 바로 그 점이 나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도대체 이걸 어떤 식으로 해석해서 받아들여야 하는지 선뜻 정리가 되지 않았다.
‘쌍용차 진압 시즌2’라고 하기엔 경찰이 아닌 사설 경비업체 용역이 투입된 것이고, 진압이라고 하기엔 쌍용차 사태를 능가하는(능가할 수 있다니…) 거의 살인에 가까운 폭력 행사이며, 무엇보다 사설 경비업체 ‘용역’이라고 하기엔 그들이 갖춘 장비가 과도하고 세련됐기 때문이다.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경찰이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정신을 가다듬고 업체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하지만 다운이 된 건지 폐쇄시킨 건지 홈페이지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만 업체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홍보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보유한 장비의 규모가 과장없이 말해 전쟁도 가능한 수준이었다. 1980년대 악명을 떨쳤던 ‘백골단’도 이 업체의 무장 수준에 비하면 그야말로 애교에 불과하달까?
더욱 놀라운 건 이 업체에 대한 광고성 기사들이 약 2년 전인 2010년경에 이미 여러 언론사에 게재되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하나같이 칭찬 일색으로 말이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피로 물든 ‘SJM 야만의 새벽’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최소한 2년여간을 치밀하게 준비한 용역 깡패들이, 자신들의 오래된 ‘꿈’을 비로소 현실에서 이루던 순간이었음을 말이다.
민간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은 국제분쟁 지역의 ‘위기 대응 사업’을 말하며 국내 풍부한 경험을 축적한 전문적인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개발이 유망한 분야. XXXX는 민간군사기업 분야 사업의 해외 진출을 더욱 활발히 모색할 방침이라는 것.
X대표는 “더이상 이른바 ‘용역 깡패’에 머무르지 않고 분쟁 해결 모델을 만들며 노사분규나 노사분쟁, 집단분쟁, 다수분쟁, 시행시공분쟁, 철거분쟁, 유치권분쟁, 공사분쟁, 경영권분쟁 등에 요청을 받아 XXXX의 경호 경비 요원을 투입, 신속히 재산권 보호 및 신변 안전과 시설 보호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모 일간지 기사 내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