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반정부 시위로 수감됐던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
유럽연합의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의 불똥이 베니스까지 튀었다. 이란 정부에서 베니스국제영화제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 문화부 내 감사실장 알리레자 사자드푸르는 “유럽연합이 이란을 상대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비인도적이고 불법적인 제재 조치를 가한 데 따라 올해 베니스영화제를 보이콧할 계획을 고려 중”이라고 <테헤란 타임스>에 밝혔다. 지난 6월 룩셈부르크에서 외교장관회의를 가진 유럽연합은 7월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지하겠다고 선포했다. 핵개발 의혹을 근거 삼아 이란에 금융제재를 강화해온 미국을 뒤따른 행동이다. 이에 대응책을 고민 중이던 이란이 유럽권 영화제 보이콧이란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신들의 해석은 사자드푸르의 주장과 다르다. 이란 문화부의 진짜 속셈은 검열 강화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식 초청작에 포함된 이란영화는 오리종티 부문에 오른 키아누쉬 아야리 감독의 <더 패터널 하우스> 한 작품인데, 일부 장면을 삭제하라는 문화부의 지시를 거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금수 조치는 1월23일에 처음 발표된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돼온 사안임에도 이란이 베를린과 칸영화제에 대해서는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의구심을 부추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아쉬가르 파라디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했고, 칸영화제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라이크 섬원 인 러브>를 경쟁부문에 초청했다. 현재 외신들의 최대 관심사는 <더 패터널 하우스>의 상영 여부다. <데드라인>에 따르면 베니스영화제쪽은 이란 정부로부터 아직 아무런 공식적 요구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칸에 출품된 자파르 파나히의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의 선례로 보아 베니스 역시 이란의 방침과 무관하게 상영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당시 수감 중이던 파나히는 작품을 반출하기 위해 케이크 속에 플래시 드라이브를 숨기는 고도의 첩보전을 벌였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란의 목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영화의 운명도 위태로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