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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것이 좋아
정리 이주현 2012-08-07

배역-<서울영시>(가제)에서 사랑에 아파하는 청춘

TO 배우 이하나

전역한 지 한달이 조금 넘었지만 아직도 길거리에서 군복 입은 청춘을 보면 긴장하게 됩니다. ‘에이, 완전히 민간인이던데’ 하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건 어설픈 배우 경험을 발휘한 연기일 뿐임을 밝혀둡니다. 그렇기에 다소 한심해 보이긴 하지만 집에서 냉커피를 홀짝이고 담배를 태우며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아직은 즐겁고 유쾌하기만 합니다. 여기저기 채널을 돌려가며 리모컨으로 과거 여행을 하던 중 저는 한곳에 정착했습니다. 드라마 <태양의 여자>였습니다. 배우 이하나씨의 존재가 저를 케이블TV 편성표까지 외우는 열혈 시청자로 만들었습니다.

이하나씨는 제게 절대적인 믿음을 주는 배우입니다. 저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 배우의 연기력을 평가할 수 있는 스카우터까지 장착하지는 못했습니다. 왠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지만, 믿음이 가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극중에서 이하나씨는 항상 자기만의 방법으로 열심히 살아갑니다. 왜 이렇게 몰입이 잘되는지 그 이유는 딱히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하나씨가 웃으면 나도 웃고 이하나씨가 부끄러워하면 나도 부끄러워하고 이하나씨가 슬프면 나도 슬퍼집니다. 드라마 <연애시대>와 <메리대구공방전>을 보면서도 그랬습니다. 이건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그런 게 배우의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단순한 것이 가치있다고 생각해왔고, 언제나 단순하고 스트레이트한 것에 끌렸습니다. 제가 연출한 <경복>도 단순한 영화입니다. 좋은 것을 좋다고, 슬픈 것을 슬프다고, 잘 모르는 것은 잘 모른다고 말하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영화입니다. 앞으로 이런 영화도 만들고 싶고, 저런 영화도 만들고 싶지만 언젠가 꼭 한번 만들고 싶은 영화는 ‘이 시대 서울에 사는 젊은이의 사랑의 방식에 관한 영화’입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의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 제겐 여간 가슴 두근두근한 일이 아닙니다.

첫 장면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생각해놓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남녀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장면입니다. 한 남자가 이사하는 날입니다. 남자는 이삿짐을 챙겨 약속한 시간에 맞춰 새집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집을 비워야 할 전 주인은 아직 방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위화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남자는 무언가 알아차립니다. 전 주인인 그녀는 ‘그’와 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집은 그와 함께 살던 집입니다. 누군가의 짐은 없어지고 누군가의 짐은 채워집니다. ‘괜찮아요’라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두 사람은 그리 다정한 말을 건넬 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가 아닙니다. 여자는 양해를 구하고 방문을 잠급니다. 그녀가 울지 어떨지 남자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기다려줄 뿐입니다. <서울영시>(가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막연히 생각한 영화이고 어떤 영화가 될지도 모르지만 단순한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하나씨가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의 한자리에 이하나씨가 들어온다면 제겐 최고의 행운일 겁니다.

FROM 감독 최시형

감독 최시형은?

1985년생. 배우 유형근과 동일 인물이다. 최시형이란 이름은 ‘詩’와 형근의 ‘형’을 합쳐 지었다. 배우로 활동하던 시기의 대표작으로 <불을 지펴라> <다섯은 너무 많아> <나를 떠나지 말아요>가 있다. 배우가 꿈이었던 적은 없다. 다만 영화가 좋아서 연기를 했다. <경복>이 첫 연출작이며 여기서 직접 연기도 한다. 구상 중인 작품이 아주 많아서 탈이고, 내년쯤 단편과 장편영화를 각각 찍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뭐든 많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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