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어김없이 그날이 다가온다. 복날이다. 동물보호단체에선 ‘복날의 눈물’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복날에 개를 먹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거리 한쪽에는 잔인한 개 도살 과정을 담은 사진을 붙여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애써 불편한 진실을 봐달라고 노력한다. 참 복날은 많기도 하다. 한번도 모자라서 초복, 중복, 말복까지 모두 세번의 복날이 있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잔인한 달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는 예부터 복날이 되면 개나 닭 등을 잡아먹으며 더위를 이겨내는 풍습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처럼 에어컨이나 냉장고도 없었던 시절의 더위는, 어딜 가나 한기를 느낄 만큼 에어컨이 빵빵한 이 시대의 더위와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푹푹 찌는 햇볕 아래 고된 논일과 밭일을 감당해야만 했으니, 저칼로리 채식 식단으로 매끼를 해결하던 선조들에게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복날의 음식은 몸에 반짝 기력을 안겨주는 말 그대로 보양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음식들이 지금 우리에게도 보양식이 될까. 시대도 변하고 우리 몸도 변했다. 생활방식과 식습관이 모두 변한 지금, 보양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솔직히 우리의 문제는 영양결핍이 아니다. 과한 단백질, 지방 섭취와 줄어든 운동량으로 인한 비만과 성인병이다. 이런 시대에 한끼 2000칼로리에 육박하는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먹는 건 어째 좀 이율배반적으로 보인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풍습이라며 무턱대고 먹는 보양식 때문에 불어나는 살과 튀어나오는 배는 대체 어쩌려고…(그런 건 섹시하지가 않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더운 계절엔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어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채우고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충분히 섭취해주는 것이 더 낫다. 그게 훨씬 보양식에 가까운 식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에 거는 기대치가 유독 높다고 한다. 음식으로 예뻐지고 건강해지고 오래 살려는 염원이 강하다. 건강식품의 소비는 날로 증가한다. 몸에 좋다는 건 뭐든지 먹는다. 녹용, 웅담, 곰발바닥, 쓸개즙 생산량의 80∼90%가 한국에서 소비된단다. 그런데 음식에 대한 기대치와 다르게 생활습관과 건강에 대한 기대치는 유독 낮은 게 한국 사람이다. 술과 담배는 과도하게, 운동은 부족하게, 그런데 몸에 좋다는 보양식은 뭐든지. 이거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복날이 다가온다. 초복은 지났으나 중복과 말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동료들의 손에 이끌려 보양식을 먹으러 갈 것인가, 아니면 과일과 채소를 위주로 한 식사를 하고 가벼운 산책을 할 것인가. 둘 중 어떤 것이 지금 우리 몸을 위한 진짜 보양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