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노미 라파스)는 8살 아들 안데르스와 함께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낯선 도시로 이사간다. 그녀는 남편에게 아들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긴장 상태다. 결국 잠을 자는 동안에도 아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도록 소형 무전기 베이비콜을 마련한다. 그런데 그 베이비콜에서 낯선 여자와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아들은 방에서 곤히 자고 있다. 환청일까. 그 뒤로도 아나에겐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 집 근처 숲속에 고요한 호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들을 데려가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면 그곳은 호수가 아니라 주차장이다.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아들의 새 친구, 아들을 지키고 싶으면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협박하는 아동복지사 등 아나의 주변 인물들도 어딘가 이상하다.
노르웨이에서 온 스릴러영화 <베이비콜>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쓰러진 아나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대뜸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는 이유는 뭘까. <베이비콜>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쏭달쏭하게 만들어 관객의 뇌를 자극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런데 아나의 기억에 난 구멍처럼 영화에도 듬성듬성 구멍이 나 있다. ‘이것은 망상이니까’ 하고 허술한 논리를 은근슬쩍 넘기려는 장면들이 꽤 있다. 중반이 넘어가면 어느 정도 반전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끊임없이 실어나르는 혼돈과 불안의 기운은 점점 보는 이의 마음을 잠식한다. 물론 그 공은 아나를 연기한 노미 라파스에게 돌아가야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안겨주는 정서적 충격도 꽤 크다. 아마도 <베이비콜>은 누군가에겐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로, 누군가에겐 허무한 스릴러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