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로부터’라는 이름을 단 지면이지만, 가끔은 행복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를테면 나는 몇년 전 한 록페스티벌에서 처음 보고 팬이 된 국카스텐이 만인을 위한 ‘한잔의 술’로 재림한 순간의 기쁨과 알싸한 서운함에 대해 쓰고 싶다. 음악을 향한 무한 자긍심, 자유로움, ‘실력이 곧 아름다움’인 예술을 증거하며 그들이 보여주는 적당한 똘기와 건강한 광기의 즐거움에 대해 쓰고 싶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기쁨은 병아리 눈물만큼 조금씩만 생기고 아픔은 눈 들어 바라보는 곳곳에 널려 있다. 사방이 디스토피아다. 숨 막힌다. 아픈 데가 너무 많아서 아픔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사태가 너무도 자주 도래한다. 무감각이야말로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무감각은 무기력과 냉소를 동반해 삶을 무가치하게 만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굳어가는 감각을 어떻게 깨울까. 아픈 데를 찬찬히 살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리겠다. 지금 당신에겐 어디가 가장 아픈가(아픈 데 없이 다 지낼 만하다면 사실 그건 수상한 거다. 그 무엇인가에 속고 있는 것이거나, 손쓸 수 없이 병들어버렸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아픈 데를 집중 치료하면서 삶의 감각을 깨우는 일이 ‘인생의 감각기관’을 녹슬지 않게 관리하는 방법 중 가장 쉽다(그러니 아픈 데가 있어도 꾹 참고 그저 살지 말자.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왜?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들이니까!). 울거나 웃거나 화내거나, 아픈 곳을 향해 보이는 반응이 치유의 시작이 된다.
지금 나에게 가장 아픈 곳 중 하나는 강정이다. 너무 오래 아픈 강정마을. 너무 오래 아팠으므로 아프다는 말 대신 이렇게 말해 보련다. 지금 강정마을에선 ‘우리 모두’를 위한 축제가 준비되고 있다. 왜 우리 모두의 축제냐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시민/주민들의 생존권과 민주주의 수준, 생태 환경 보호와 보존의 수준, 반전 평화에 관한 감각 수준, 이 모든 ‘수준’들이 총체적으로 얽혀 있는 바로미터가 바로 강정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 정치인들이 가장 자주 입에 담는 ‘국격’이라는 말의 그 모든 ‘격’이 적나라하게 얽혀 노출되는 곳. 강정마을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단지 강정마을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살림’의 과정은 축제가 되어야 마땅하다. 7월30일부터 8월4일까지 일주일간 제주 전역을 걸어서 행진하는 ‘평화대행진’이 열린다. 이는 평화와 자연과 생명을 위한 일종의 올레길 도보여행이다. 29일 밤에는 치유와 평화를 위한 전야제가 열리고 강정마을에 헌정되는 동화 낭독공연이 펼쳐진다. 아이들과 손잡고 휴가 가기 딱 좋다. 많은 예술가가 이 아름다운 순례에 함께할 것이다. 순례길에 만나는 그 모든 예술적 사건을 즐겨보시길. 더불어 함께 걸으며 나를 돌아보고 굳어 있던 감각을 깨우는 가장 확실한 축제, ‘강정평화대행진’을 검색해보시라. 그리고 즐길 준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