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청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만듦새의 코미디 <루이>(Louie)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돌아온 싱글이며, 이혼 뒤 양육권을 공유하는 덕분에 2주마다 두딸을 돌보게 된 서툰 아빠 루이의 일상을 소재로 한 TV시리즈다. 생소할 수 있는 만듦새, 라고 운을 뗀 이유는 에피소드를 열고 닫는 루이의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장르가 가지는 문화적, 언어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지나치게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는 탓에 사건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에피소드의 구성이나 에피소드와 에피소드가 이어지지 않는 분절성 때문이다. 그렇기에 <루이>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건 무의미하다. 지나간 시즌을 본 적이 없어도 당장 TV에서 방영 중인 <루이>의 에피소드를 보기 시작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게다가 <루이>를 단 1분만 보고 있어도, 이 남자가 지루하고 반복적인 삶을 사는 현대인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추적자>의 백홍석이 현실성에 기반한 픽션이라면, <루이>는 논픽션에 좀더 가깝다. 코미디 장르의 특성상 우연이나 과장이 있기는 하지만,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가 있을 뿐이다.
최근 세 번째 시즌을 방영하기 시작한 <루이>에서 루이를 연기하는 루이스 C. K.는 <루이>의 크리에이터이자 작가이고 감독이며, 시즌2까지는 거의 모든 에피소드를 노트북을 이용해 스스로 편집까지 한 ‘일당백’이다. 즉 <루이>는 이제껏 TV시리즈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전천후 DIY쇼인 셈인데, 이런 쇼를 만드는 C. K.도 대단하지만, 방영을 허용한 케이블 채널 <FX>의 배짱도 대단하다. <루이>의 거친 만듦새와 거친 리얼리티는 “메이크업도 의상도 따로 준비하지 않는 쇼”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의 의도이기도 하지만, 그 뒤에는 <FX>와 루이스 C. K. 사이의 암묵적 거래가 있었다. 루이스 C. K.가 <루이>를 할리우드에서 피칭할 무렵 <FX>는 회당 25만달러라는 상당히 적은 제작비용을 제안했고 C. K.는 그렇게 적은 액수로 진행하는 딱 한 가지 방법을 다시 제안했다. “돈을 (뉴욕으로) 보내주면, 쇼를 (할리우드로) 보내주겠다.” 그래서 <루이>는 완성품이 되어 방송사에 보내진다. 작가실도 없고, 사전검열도 없다.
TV시리즈 속 루이와 현실 속의 루이스 C. K.의 유사성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루이>가 루이스 C. K.의 자기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HBO>에서 방영했던 그의 전작 시트콤 <러키 루이>에서부터 이어진 혐의이며, 그 스스로도 딱히 부정하지 않기에 공공연하게는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러키 루이> 속에서 주인공의 이혼이 암시되었을 때 현실의 C. K.도 이혼을 했고, 그로부터 1년 반이 흐른 뒤 C. K.는 이혼한 남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루이>를 들고 돌아왔다. 앞에서 말한 <루이>의 특성 때문에 파일럿이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쓴웃음과 자조적인 유머가 대부분인 탓에 영리하다고 해야 할지 그런 건 화장실에서 혼자 해결하라고 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던 거다. <루이>를 두고 누군가는 인디영화 같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젊은 시절의 우디 앨런을 언급한다.
<루이>는 코미디 클럽의 무대에 서고, 아이들을 돌보고, 데이트를 나가고, 성관계를 갖고, 자위를 하는 루이의 일상을 단 한대의 카메라로 따라잡는다. 대부분은 블랙코미디이고 가끔 정말 자지러지게 웃긴다. <러키 루이>에서 라이브 무대 위에 올라 성기를 드러냈던 C. K.의 대담함은, <루이>에서 (성기 노출은 없지만)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그런데 그 대담함이 나는 종종 마음에 걸린다. 일상은 드라마틱하지도 판타스틱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시간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TV를 통해 재확인하는 기분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