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가정을 장식해온 거의 유일한 악기였던 피아노가 언젠가부터 서서히 밀려나고 그 자리에 유행처럼 새로운 악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카리나가 그랬고 우쿨렐레도 그러하다. 우쿨렐레는 기타처럼 생긴 하와이에서 온 4줄 현악기이다. 하지만 이 영화, <우쿨렐레 사랑모임>을 보는 데 이런 정보는 몰라도 상관없다. 악기 소리를 듣는 순간, 누구나 한번쯤은 어디선가 이 독특한 우쿨렐레의 소리를 들어봤다는 걸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우쿨렐레 사랑모임>은 제목 그대로 우쿨렐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그들이 우쿨렐레를 시작한 계기는 모두 다르지만 단 하나, 우쿨렐레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함께 노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가르친다. 영화 속 누군가의 인터뷰처럼 우쿨렐레는 이들에게 하와이 해변에 누워 칵테일을 한잔 마시는 듯한 ‘슬로 라이프’를 실현해줄 수 있는 악기인 것이다.
영화는 우쿨렐레 동호회인 ‘베누스토 우쿨렐레 앙상블’의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향해 진행되지만,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대신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느릿느릿 느슨하게 걷는 방식을 선택한다. 마치 집집마다 방문하며 복음을 전파하듯 이들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을 찾아가 우쿨렐레에 대한 사랑을 나눈다. 이들에게 있어 우쿨렐레는 예술혼을 불태우거나 자신의 음악적 열정을 분출하는 대상이라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한 대상에 가깝다. 말 그대로 애호(愛好)로서의 연주.
아쉬운 건 영화 속 화자의 위치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연주하는 이 모든 과정들이 다소 산만해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우쿨렐레 소리에 느리게 그저 몸을 맡긴다면 영화가 끝날 때 이렇게 인사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알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