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2일, 인도 전역 1천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아누라그 카샵 감독의 신작 <갱스 오브 와세푸르>(Gangs of Wasseypur)가 예사롭지 않은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2주 만에 48억원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올리며 제작비 38억7천만원을 단박에 회수하더니 최근에는 국내 흥행 최종목표를 210억원까지 올려잡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올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상영될 당시 5시간 분량의 한편으로 소개됐지만 국내에서는 150분씩 두편으로 나뉘어 개봉이 결정되면서 제작비가 전혀 투입되지 않은 속편 아닌 속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갱스 오브 와세푸르>의 흥행 결과는 현지 영화 관계자들의 이목을 그 어느 때보다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폭력조직간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를 그린 이 영화가 관객의 취향 변화를 반영하는 시금석이 될지와 함께,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없는 성인등급의 영화는 발리우드에서 흥행하기 힘들다는 공식을 깰 경우 향후 인도 영화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발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 3편 중 1편은 보호자 동반관람이나 성인등급의 영화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총제작편수가 2009년 1288편에서 2011년 1255편으로 줄어드는 동안 성인등급을 받은 영화는 214편에서 244편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델리 벨리> <더티 픽처> 등 유명 배우들이 제작과 홍보에 관여한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성인등급영화 중 흥행에 성공했다고 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
사실 <갱스 오브 와세푸르>의 흥행에는 영화의 배경이 된 와세푸르 지역 내부에서 시작된 논쟁이 큰 역할을 했다. 특이하게도 논쟁의 발단은 일부 정당들의 와세푸르 지역사무소들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패 정치인들의 상당수가 실존 지역정치인들을 암시하고 있다고 판단되자, 일부 정당사무소들이 영화 개봉 이전부터 지방법원, 인도검열국, 정보방송부 등에 탄원서를 제출해 개봉 보류와 제목 수정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나아가 영화에 묘사된 부패 정치인의 행태가 자신 혹은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판단한 몇몇 정치인과 정당관계자들이 암암리에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았던 작은 소도시가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항의까지 더해져 영화는 각종 언론의 정치, 사회 섹션에서까지 다뤄지기 시작했다. 와세푸르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집회와 시위를 통해 조폭영화의 제목에 실제 도시명을 사용한 것도 모자라, 지역주민들을 상스러운 말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자신의 어머니와 딸을 비정하게 매매하는 사람들로 묘사해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여타 소도시와 다를 바 없는 와세푸르를 마치 범죄의 온상으로 묘사한 이 영화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자녀가 타 지역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타 지역 주민과 결혼할 경우 와세푸르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이지 않는 편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상치 못했던 논쟁들이 속편에 대한 관심까지 높이고 있다고 판단되자 제작사는 마케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영화 제작비보다 훨씬 많은 53억원을 들여 뭄바이와 델리에만 1천여개의 대형 옥외광고판을 설치하기 시작했고, 조만간 20만부의 신문에 광고전단지를 삽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도시와 시골 지역의 홍보 전략을 차별화한 점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속편의 흥행 여부를 떠나 <갱스 오브 와세푸르>가 한동안 인도 안팎에서 화제의 중심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먼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모슬렘 출신의 폭력조직 단원들이 더없이 잔인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종교적 감정문제를 부추길 수 있다던 우려는 해외에서도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 중동 지역의 카타르와 쿠웨이트에서는 이 영화의 상영이 금지된 상태다. 한편 와세푸르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반목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가 지역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격분해하는 입장과 오히려 와세푸르를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었다는 입장 사이의 충돌이 점차 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속편은 오는 8월8일 개봉예정인데,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이슈를 만들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