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영화산업 위축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인가. 일본 영화산업을 움직이는 ‘빅4’(도호, 도에이, 가도가와, 가가)가 새 인사를 발표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가가는 가가 아메리카 대표였던 와타나베 기요시를 도쿄로 불러 새 CEO로 선임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미국영화의 수입과 마케팅을 총괄 담당했던 가가 외화 라인업의 책임자였다. 가가는 “직배사의 라인업을 제외한 경쟁력있는 외화를 확보한 뒤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개봉시키는 것이 올해 목표다. 그것이 미국통인 와타나베 기요시에게 거는 기대”라고 새 대표 선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직접 제작, 배급한 소노 시온의 <두더지>(2011) 이후 자국영화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가의 이번 인사는 당분간 외화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지난해 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가도가와 출판사에 흡수, 통합된 가도가와픽처스는 영화 사업부를 재조직했다. 배급부, 마케팅부, 비디오 사업부가 비주얼콘텐츠부문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됐다. 멀티플렉스 체인인 가도가와 시네플렉스와 자국영화를 제작하는 일본영화제작부 역시 비주얼콘텐츠부문이 통합, 관리하게 됐다. <스크린데일리> 도쿄 지부의 제이슨 그레이 기자는 “특히 주력 사업이었던 극장과 제작이 비주얼콘텐츠라는 이름으로 통합된 건 가도가와 그룹의 경영진이 국내 영화사업의 중요성을 갈수록 낮게 판단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가도가와의 이번 인사를 조심스레 분석했다.
한편,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도호쿠 신샤(이하 도호)필름은 타이라 기뉴요 대표가 기존의 영화 사업뿐만 아니라 방송 제작, 방송 편성 사업까지 총괄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도에이 스튜디오 역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지난 7년 동안 매출액이 무려 37%나 감소했다”는 이유로 일부 경영진을 교체했다고 전했다.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진행된 일본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결정은 자국 영화산업의 위축된 분위기와 그로 인한 글로벌 사업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