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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당신의 여름을 응원합니다
문석 2012-07-16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은 일본 오사카다. 좀 이른 휴가를 써서 여행을 온 것이다. 오사카에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대도시의 편리함이 있으면서도 도쿄만큼 복잡하지도 않고 교토, 고베처럼 완전히 다른 색깔의 인근 도시를 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장점이다. 특히 일본에 전해온다는 ‘교토는 입다가 망하고 오사카는 먹다가 망한다’는 이야기처럼, 이곳의 풍부한 먹거리는 이방인을 행복하게 한다. 5일 동안 끼니마다 다른 종류의 음식을 먹었고 이제 돌아갈 날이 코앞인데도 우동, 오므라이스, 오뎅, 오코노미야키, 야키도리를 먹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니 억울한 마음이 들 정도다.

사실 여행과 관련해서 자랑할 건 훨씬 많지만 이만 줄여야 할 것 같다. 사정상 7월 중순 이후에나 휴가를 떠날 수밖에 없거나 여름휴가를 반납해야 하는 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서다. 어쨌든 이렇게 남들보다 일찍 휴가를 오니 좋은 점이 꽤 있는 듯하다. 우선 성수기의 북적거림을 피할 수 있다는 점. 그 말은 휴가 비용도 약간은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자의 고난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 내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여름 동안 해야 할 일이란 게 나름 즐거움을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우선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열린다. 부천영화제는 <씨네21>이 데일리를 만들게 될 예정이라 더 기대가 된다. 벌써부터 매진작이 속출하는 모양인데 부지런히 움직여서 소이청의 <모터웨이>, 메리 해론의 <모스 다이어리>, 오오네 히로시의 <모테키>, 로드니 애셔의 <샤이닝: 237호의 비밀> 같은 개인적인 기대작을 볼 생각이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여름 프로그램 2012 시네바캉스 서울도 흥분되는 행사다. 난니 모레티의 <빨간 비둘기>, 마이클 만의 <도둑>과 <맨헌터>, 그리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을 스크린으로 만나고 싶다. 8월에는 정동진독립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그리고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까지 열리니 여름휴가를 미리 다녀온 게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줄줄이 이어질 여름 블록버스터영화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휴가 때문에 시사회를 챙기지 못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부터 정말 궁금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 톰 크루즈의 <락 오브 에이지>,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그리고 <토탈 리콜> <링컨: 뱀파이어 헌터> <메리다와 마법의 숲> 등 볼 영화도 참 많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제가 화려하고 개봉영화가 풍성하다 해도 어딘가로 떠나는 여정만큼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분 모두 이번 여름에 국내건 해외건 어딘가로 가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시기 바란다. 떠나라, 열심히 일한 당신! 그리고 열심히 일하지 않은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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