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현상이 검열이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 참고로 이 말을 한 사람은 아라키 노부요시.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천재로 불리고, 누군가에게는 파격으로 불리고, 누군가에게는 ‘야한 사진’의 대명사로 기억되는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 말이다. 위의 말은 폴라로이드에 대한 글에 등장한다. “폴라로이드란 건 현상이 필요없어요. 현상이란 것은 요컨대 검열을 한다는 건데요. 몇년 전 이야기지만 컬러 필름을 현상소에 맡겼더니 ‘이런 건 현상할 수 없습니다. 이걸 현상한 게 발각되면…’ 하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 현상소는 전혀 관계없고, 당신 개인이 제멋대로 현상했다고 한마디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못하겠다고 하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현상소가 문을 닫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론은? “인스턴트카메라 회사는 그런 말을 하지 않지만, 인스턴트라는 것은 결국 폴라에로, 에로틱을 위한 도구라는 겁니다. 연인의 거기를 찍는다든가 하는 사생활에 딱 맞는 카메라죠, 폴라로이드는. 그래서 이 카메라 안에 혹시 사진 요소가 가장 많이 들어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렇다, 디지털카메라 전성시대에, 당신이 가진 모니터 크기만 한 사진을 언제든 찍은 그대로 감상할 수 있고 멋대로 보정(이든 수정이든 뭐라고 부르든)할 수 있는 시대에는 약간 낡게 들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재 아라키의 괴짜 사진론>은 필름이건 디지털이건 상관없이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를 평생 해온 노작가의 사진철학 그 자체다. 예컨대 아라키는 좋은 얼굴을 찍기 위해서 알몸이 되게 한다고 한다. 아래쪽이 알몸이 되면 얼굴도 꾸밈이 없어지니까. 그러나 하반신을 벗고 있는 사진은 버리지 않고 잘 모아둔다고. 아까우니까. 그답다고 해야 할지, 서울 방문기 대목에서는 한국의 여성 접대부도 등장(사진도 물론)하는데, 매체의 특성과 예술철학이 어떻게 살을 섞는지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대화하듯 써내려갔다. 이 책의 부작용이 있다면, 어찌나 설득력이 있는지 다 읽은 뒤 몇몇 아라키의 사진론을 실천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