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이 제국을 분할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6월28일, 머독이 이끄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 이사진이 분사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1년여의 개편 과정을 거쳐 뉴스코프는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출판 기업으로 양분된다. 엔터테인먼트 부문으로 분류될 계열사들은 이십세기 폭스 필름, 폭스 브로드캐스트 네트워크, 폭스 뉴스 등 주력 영상매체들이며, 출판 부문에는 더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하퍼콜린스 출판사 등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종이매체들이 소속된다.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던 뉴스코프의 주주들은 이사회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뉴스 오브 더 월드 도청 스캔들 이후 25%까지 추락했던 뉴스코프의 주가도 분사 공표 나흘 만에 10% 이상 올랐다. 더불어 뉴스코프 주식의 40%를 보유하고 있는 머독 일가도 큰 이득을 보고 있다. 이에 외신들은 분사가 도청 스캔들의 여파에 대한 머독 일가의 수습책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영국에서 벌어진 일과는 어떤 관련도 없다”고 밝혔으나 머독이 지난 일주일간 그간의 오욕을 경제적으로 보상받았음은 확실해 보인다.
뉴스코프 분사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편이 뉴스코프에는 사실상 신문을 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머독은 “출판에는 아직 잠재력이 있”으며 분사가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출판 기업 모두에 “새로운 도약”이 될 것이라고 무마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개편 이후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CEO 자리를 맡고, 출판 부문에는 외부 인사를 앉힐 예정이다. 문제는 출판업을 짐처럼 여기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들이 뉴스코프를 변화의 모델로 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고자 종이매체의 사양화를 가속화하는 현상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이미 월스트리트는 미국 최대 미디어 기업인 타임워너의 향방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이매체가 또 한번 운명의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