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_처음에 <1박2일>이란 제목은 감독님께서 지으셨나요?
나영석_직전에 저희가 만들던 <준비됐어요>라는 프로가 시청률 5%였어요. 새 기획을 하면서도 잘될지 확신이 없으니까 일단 여행가는 프로로 정하고 시간도 없으니 제목도 대충 지었어요. 이틀 찍을 거니까 그냥 <1박2일>로 하자. (웃음) 그래서 처음엔 <강호동의 1박2일>이었어요. 잘 안되면 원래 의도인 양 강호동의 다른 무엇으로 바꾸려고요.
고현정_TV를 볼 때 저는 사람구경하는 맛도 있는데 <1박2일>이 전국을 돌며 우연히 마주치는 여러분을 보는 일도 즐거웠어요. 어쩌면 그렇게 호의적이신지 놀라웠고요. 멤버들끼리 서로를 속이려고 작전을 세울 때 일반인의 도움을 받잖아요? 그럴 때 능청스럽게 연기하시는 걸 보며 전 깜짝 놀라는 거죠. 그 장면만 보면 홍상수 감독님 영화 같아요. (웃음) 한적하니 배경도 비슷하고 약간 빈티나는 화면하며…. (좌중 폭소) 전 또 나름 그렇게 부분부분 즐겼답니다. 또 하나 궁금했던 것은 여행지 선택이 완전히 공정하게 이뤄졌는지인데요.
나영석_예. 장소는 <1박2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굳게 지켜온 룰이에요. 헌팅할 때 관공서로부터 소개를 받고 도움도 받지만 목적지는 100% 제작진이 결정해요. 절대 협찬금을 받고 어디를 가거나 금전지원을 받지 않았어요. 몇 가지 규칙은 있었어요. 전라도 한번 갔으면 경상도 한번, 섬에 한번 갔으면 산으로 한번. 지역적 안배 의미도 있지만 시청자도 다른 그림을 봐야 더 재미있을 거라는 고려였죠.
고현정_방송일이라는 게 연출자가 잔인한 판단을 내려야 할 순간도 있잖아요. 상호 신뢰나 프로그램이 좋아서 생기는 에너지가 동력이겠지만 그럼에도 진짜 저걸 어떻게 할까 싶은 순간도 많았거든요. 한겨울에 입수한다거나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는 무엇을 믿고 계속 진행하세요?
나영석_결국 제일 중요한 근거는 현장의 분위기예요. 여기서 내가 2보를 더 나아가면 줄이 끊어질 거 같아요. 그렇다고 가만있으면 심심해질 거 같아요. 그러면 어디까지 가야 줄이 끊어질락말락하면서 버텨줄까. 연기자나 스탭들이 좀 심하네 하면서도 이것까진 내가 인정하고 해주겠다 싶은 지점이 어디일까를 조율하며 찾는 거죠. 사람들은 <1박2일>에서 배고프다, 힘들다 호소하는 것이 쇼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배고프고 힘들고 짜증나요. 그런 와중에 한번만 해보자 설득하면 이상하게도 “아, 모르겠다. 재밌을 거 같으니 어디 한번 해볼까”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거예요.
고현정_종종 PD님이 투입되는 그 재미도 쏠쏠했었거든요.
나영석_원래는 카메라 앞과 뒤의 경계가 반듯해야 하는 게 방송 프로그램인데 리얼 버라이어티는 정해진 형식도 없고 멤버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니 슬슬 허물어지는 거죠. 제 얼굴 나오는 걸 보면서 죽을 거 같았어요. 스스로 잘났다는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렇게 못난 줄은 몰랐거든요. (웃음)
고현정_(짓궂게) 그런데 왜 하셨어요?
나영석_저희는 어디 가서 찍을 소재가 떨어지면 스탭들이 제일 쓰기 쉬운 자원이에요. 재료예요. 그래서 종종 부탁을 드리는데 스탭들한테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편하고 즐거운 일이 결코 아니거든요. 집에서 아이들은 우리 아빠 카메라감독이라고 알고 있는데 공놀이하다 구르고 가위바위보하다 호동이 형한테 구박당하면 솔직히 부담스럽죠. 그럼에도 프로그램을 위해 해주시고 예능이니 일부러 더 웃기게도 해주세요. 스탭들 모습은 편집으로 두번 세번 리플레이하면서 저는 카메라 뒤에 숨어 자막으로 처리할 수 없는 거예요. 그리고 조연출들과 편집을 분담하는데 저는 각자 맡은 부분에 대한 권한을 지키거든요. 다른 PD도 판단이 있는데 내 얼굴 다 빼라 할 수도 없고. 그런데, 이런 대답은 하면 할수록… 뭐. (한숨) 예, 제가 스타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름을 떨치고 싶었어요. (좌중 폭소)
고현정_강호동씨가 감독님을 카메라 앞으로 불러낼 때 시청자가 받는 느낌은, 강호동씨가 멤버들을 대표해 KBS라는 권력? (웃음) 자기들을 고생시키는 제도권에 대항해 한번 들이받아보겠다고 깃발을 드는 것 같았어요.
나영석_정확해요. 본인이 악역을 자처해 그걸 유도해내면서 상황 자체는 심각한데 보는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강호동씨의 특기죠. 연기자와 제작진 갈등을 미리 준비하는 경우는 없었어요. 강호동씨가 이 대목에서는 한번 시비를 걸어도 저 친구도 할 말이 없겠다는 포인트를 포착해 물러나라, 물러나라를 하는 것이고 전 거기에 대고 위압적으로 했다가 사과도 했다가 하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멤버들은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제작진을 이기려고, 골탕먹이려고 게임에 죽을 각오로 임해요. (웃음)
고현정_여자인 저는 <1박2일>을 보면서 우리나라 남자들이 되게 힘들게 사나보다 느꼈어요. 직업이 배우라서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보는지 모르지만, 소소하게 골탕먹이겠다고 대립구도를 만들고, 좀 치사하게 음식을 먼저 먹었네 덜 먹었네, 사실은 이렇게 먹어야 하네 왈가왈부하는 모습을 보면, 별 특권없이 태어나 평범하게 성장하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남자들의 애환을 보는 것 같아 짠했어요. 퀴즈를 풀어도 제작진이 아주 쉬운 상식문제를 내는데 다들 모르잖아요. (좌중 폭소) 어찌보면 우리 아빠들, 남편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그런 지식이 딱히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조립품처럼 기능을 다하는 게 생활에서 우선이니까.
나영석_듣고보니 메타포 같기도 하네요. 여자들 눈에는 다른 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 <1박2일>이 상당히 남성 위주인 프로잖아요? 여섯 남자가 절대권력자로 표현되는 저란 사람으로부터 말도 안되는 명령을 받고 하기 싫은데 권력자가 하라니까 할 수 없이 열에 여덟번은 따르다가 더이상 못 참겠다 싶은 순간에 한번씩 전복을 하고.
고현정_그런데 세상에나, 어쩌다 한번 그래놓고 무슨 권력을 쥔 것도 아닌데 너무들 좋아하는 거예요! 사람이 그렇게 길들여지는 거죠. (좌중 폭소) 실내취침이 또 뭐라고 거기 들려고 갖은 애를 쓰다가 실패하면 밖에서 자면서 또 “다음엔 꼭 잘해서 실내취침을 해야지” 하고 결심하고, 안쓰러웠어요. (웃음) 여자들로 이런 기획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그런 치열함이 여자에겐 없어서인지 여자들에게도 있는데 표현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나영석_3년 전 <패밀리가 떴다>가 동시간대에 방영됐을 때 아는 누나가 제 프로는 마초적이라 불편하다며 <패밀리가 떴다>를 본다고 하더라고요. 지적은 합당하지만 그분 말대로 ‘마초적인’ 이 프로그램을 다른 취향의 시청자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윤색하기는 힘들다고 했어요. 그것이 <1박2일>의 특징이고 제가 시청률 100%를 달성하려는 것도 아니니까요.
고현정_제가 이상한가봐요. 저는 심지어 이른바 ‘마초적’이라는 속성이 지나치게 희귀해졌다고 느끼거든요. 쉽게 말해 남자들이 책임감이 희박해지고 ‘가부장’이란 개념은 거의 머릿속에 없고 권위라는 것은 나쁘게만 이야기돼요. 남자다운 남자를 본 적이 드문 것 같은 거죠.
나영석_<1박2일>의 코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초적이라는 개념과 불일치할 수도 있고 부정확할 수도 있지만, 그분은 아기자기하고 배려하고 신경써주는 것의 반대편에 있는 프로그램이란 의미였겠죠. 만들다보니 포기하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남자 여섯이 모였고 리더가 강호동이니까 유사 군대 혹은 보이스카우트 비슷한 남성 집단이 여행가는, 말하자면 체대생 MT 가는 느낌인 거죠. 그 부분을 희석하기보다 우스꽝스럽게 과장하는 쪽이 맞겠다, 모든 방향을 다 가져갈 수는 없다 싶었어요.
<1박2일>이 정말 유사군대 같은 곳인가봐요
고현정_아까 신파라는 단어를 살짝 언급을 하셨는데 본인의 그런 성향이 부담스러우신가요?
나영석_아뇨. 그건 어쩔 수 없는 저라고 생각해요. 그 성향을 부담스럽지 않도록 훨씬 세련되게 표현하는 법을 습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본성 자체는 별로 부끄럽진 않아요.
고현정_감독님의 그런 부분을 강호동씨가 참 잘 표현해낸 건가요?
나영석_정서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호동이 형도 단순한 사람이에요. 세련된 장치가 아니라 시골에서 할아버지가 “잘 가라” 인사하실 때 눈물이 솟는 사람이죠.
고현정_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믿으라하는 부분이 있었겠군요.
나영석_메인 MC가 기획의도를 십분 알고 감응하는 느낌이죠. 쉽게 말해 백두산 가는 기획을 제작진에서 내면 따로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강호동씨는 백두산 가는 길에 이미 감격으로 눈이 뜨거워요.
고현정_<1박2일>은 성향이 상충되면 굉장히 힘들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였거든요. 강호동씨의 복일 수도 있지만 감독님의 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자들에게 말할 때 굉장히 덤덤해 보였어요. 퀴즈를 내도 “음악의 아버지-는?”(끝에 강세를 두어 흉내) 같은 질문을 무척 심각하고 절실하게 물어보신단 말이죠.
나영석_하하. 사실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닌데 바보 둘이서 나라를 구할 것 같은 눈빛으로…. 제 태도는 담담한 게 아니라 긴장해서 그런 거예요. 만일 제가 연기를 잘하고 감정표현이 유들유들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면 “음악의 아버지, 자자 아버지, 누구죠? 모르는 것 같은데?”라는 식이었겠죠.
고현정_지난해 여배우 특집도 하셨죠? 어떤 동기로 기획하셨어요?
나영석_당시 기자들이 <나는 가수다>의 인기를 의식한 기획이냐고 물어오셨을 때는 “아뇨, 기획한 지 반년 됐습니다” 그랬는데요. <1박2일>의 특징은 절대 장기기획을 안 한다는 점이에요. (좌중 폭소) 요 바로 눈앞만, 코앞만 바라보죠. 저희는 바로 한 시간 뒤에 일어날 일만 신경써요. 사실 저희는 연예인 게스트가 거의 없었어요. 6인의 멤버 중심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들의 잠재력 안에서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가는 쪽이 생명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판단했죠. 여배우 특집은 말하자면 3, 4년의 금기를 해제한 셈인데 어차피 하는 거고 <나는 가수다>에 맞불도 놓아야 하니까(웃음) 우리도 연예인을 모셔보자 했어요. 고현정씨도 연락을 드렸는데 스케줄이 안 맞으셨죠.
고현정_부산에서 영화 촬영 중이었거든요. 여배우들과 촬영하는 경험은 어땠어요?
나영석_<1박2일>이 정말 유사군대 같은 곳인가봐요. 새벽 2시면 자고 싶어 하던 멤버들이 서너시까지 잠을 안 자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뭘 계속 만들어서 찍는 거예요. (좌중 박장대소) 일이 아닌 거죠. 배우들도 주무셔야 하는데 눈길 한번 더 얻고 싶어서 괜히 말 걸고 경쟁적으로 농담 던지고 게임하자 그러고. “내가 더 웃긴 사람이야” 보여주면서 한표라도 더 얻으려고 하고. 하하.
고현정_예상과 다른 배우들의 모습도 보셨나요?
나영석_당연히요. 여행은 사람을 진짜 무장해제시키는 면이 있어요. 2주에 한번 떠나는 고정멤버들도 그런데 오랜만에 나선 여배우들은 말할 나위도 없죠. “이건 촬영이다” 마음먹고 와도 하다보면 기분에 휩쓸리게 돼요. 그거 설정 아니냐, 대본 아니냐 물을 때 제일 답답해요. 배우건 연기자건 로봇이 아니거든요. 한 시간도 ‘설정’대로 못하는데 이틀 내내 촬영이 계속되면 본인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죠.
고현정_시청자 투어 특집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나영석_<1박2일>은 늘 시작이 우연해요. 가끔 기자들께서 “삼천리 방방곡곡 관광자원을 소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었냐”고 할 때마다 정말 낯뜨거워요. 실제로 <1박2일>은 복불복해서 어떻게 괴롭혀야 사람들이 재미있어할까 하며 만들다 발전한 거거든요. (웃음) 시청자 투어도 마찬가지예요. 초기에 이수근씨 역할이 심심해서 운전 잘한다는 캐릭터가 있으니까 45인승 대형면허를 따서 한번 놀러가자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버스를 몰고 왔는데 자리가 많이 남는 거예요. 그래서 시청자 열분쯤 모셔서 여행을 가볼까 이야기가 오갔고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나중에 기획으로 성사됐죠.
고현정_5년간 연출하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나요?
나영석_음… 사람들과 작품은 좋은데 일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있었어요. 이 일이 사람들 생각보다 노동집약적이에요. 2주에 한번 촬영하고 매주 80분 방송을 내는 와중에 편집하고 헌팅하고 회의하는 스케줄을 반복하다보니 초창기엔 성취감으로 눌렀지만 4, 5년에 접어드니까 좀 지쳤어요.
고현정_어떻게 다잡으셨어요?
나영석_식솔이 많잖아요. 예를 들어 멤버들도 입장이 각기 달라서 강호동씨는 톱 MC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고, 저는 방송사 직원이지만 작가들은 프리랜서니까요. 시즌2의 최재형 PD가 최근 파업에 동참했다가 결국 촬영에 복귀하면서 비판받는 걸 보며 마음이 아팠어요. 내 월급만 못 받는 문제라면 아내만 설득하면 돼요. 하지만 파업하면 스탭도 연기자도 보수를 못 받는데 시한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PD는 파업의 목표와 의미가 분명하지만 다른 분들에겐 희미할 수도 있으니까요.
고현정_드라마는 웬만해선 폐지하지 않는데 예능 감독님들은 그런 면에서 더 어렵기도 할 거예요.
나영석_드라마도 외부제작사가 얽혀 있고 수출 계약이라도 돼 있으면 답이 안 나와요. 사람들은 인기 드라마 찍는다고 파업 외면하는 거냐고 하는데 그럴 리 없죠. 내가 여기서 엎어지면 이 배우의 향후 스케줄이 줄줄이 어그러지는 걸 번연히 알고, 그렇다고 어디 가서 배우 핑계를 댈 수도 없는 것이 PD 입장이에요. 주연배우 한명이라면 설득이라도 해본다지만 그런 경우 100개가 뭉쳐 있다면 아주 큰 책임인 거죠.
고현정_갑자기 생각난 질문인데 본의 아니게 <무한도전>과 비교도 많이 됐을 텐데 질투를 느낀 적은 없으세요?
나영석_질투는 모든 사람의 힘 아닌가요? (웃음) 그 프로그램이 저한테 직접 조언하지는 않지만 저는 보면서 부지중에 조언이 될 부분을 찾고 있죠. 고정 포맷을 살짝살짝 바꾸는 것도 힘든데 매회 새로운 포맷을 하는 김태호 PD를 보면 저 양반은 철인인가 하는 생각을 가끔 했어요. 일주일 내내 작품만 바라보고 있을 게 뻔하거든요. 저희는 스토리가 기승전결 편안히 흘러가게 만드는데 <무한도전>은 뒤집고 뒤섞고 스토리보다 이미지가 강조되는 부분도 많아요. 포토그래퍼가 한순간을 포착해 의미를 보여준다면 카메라감독은 죽 이야기를 찍잖아요. 저는 후자에 가깝고 김태호 감독은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재능이 있어요. 예술적 감각도 뛰어나시고요. 그래서 전 영화를 봐도 팀 버튼 감독의 작품 같은 것을 무척 좋아해요. 저한테 없는 요소라서.
고현정_조심스럽지만 <1박2일> 시즌2가 극복해야 하는 초반의 어려움이 있다면 뭘까요?
나영석_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상하게도 시청자로서 대답할 수밖에 없어요. <1박2일>도 프로그램을 딱 놓는 순간 시청자 입장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원래 예능의 시즌2가 힘든 이유는 시즌1에 대한 애착이 이미 형성돼 있는 시청자가 선뜻 마음을 옮기기 쉽지 않고, 새로 들어온 멤버들의 적응에도 시간이 걸려서죠. 새 제작진과 멤버에 맞게 프로그램이 바뀌어야 하는데, 시즌2는 시즌1이 성공적인 경우 만들어지니까 성공한 포맷을 확 바꾸기도 쉽지 않거든요. 시즌1은 어찌보면 저와 여섯 멤버에게 최적화된 옷이니 시즌2는 궁극적으로는 다른 방향을 찾을 것이고 거기서 승부를 보겠죠.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한 시즌이 끝나면 휴지기를 두고 천천히 준비해서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시점에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 브랜드를 관리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재 방송환경은 근시안적인 면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