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왜 그렇게 잘되는 걸까?”라는 질문을 지난해에 몇번 받았었다. 흔히 말하는 미스터리/스릴러 성수기인 여름이 아닌 2월에 출간되었고,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는 ‘듣보’(듣지도 보지도 못한)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농담삼아 “제목 때문에?”라고 대답했고, 나중에는 “입소문 때문에?”라고 했는데, 결국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유 불명. 책이 재밌긴 한데 한국에서 출간되는 다른 뛰어나고 유명한 미스터리/스릴러보다 유난히 반향이 뜨거웠던 이유를 짚어내기란, 나아가 그 성공을 재현할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아서다. 베스트셀러는 신이 만든다는 농담도 있잖나. 정말 그렇게 많이 ‘읽혔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동네 책대여점에서 이 책을 찾아봤는데, 돈모으기와 다이어트책도 이루지 못한 파지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책 전체가 너덜거리며 부드럽게 닳아 파지묶음 수준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여튼 그 놀라운 성공 덕에 보덴슈타인 수사반장과 피아 형사 콤비의 타우누스 시리즈 다른 책들도 선을 보일 기회를 얻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시리즈 4번째 책이었던지라 4-2-5-1이라는 어정쩡한 순서로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첫 번째 책으로,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첫 사건을 합심해 해결한다.
추락사하고도 아름다움이 다 가시지 않은, 마놀로 블라닉을 신은 이십대 중반의 여자 시체가 발견된다.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녀와 남편간의 사이에 문제가 있었음을,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욕망과 여자들의 질투를 알게 된다. 그리고 작은 동네를 지배하는 돈과 허영의 먹이사슬을 밝혀낸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을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다가 옛 가족 앨범을 볼 때 같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장르와 상관없이 시리즈물은 어느 정도 성장소설의 형태를 띠게 된다. 캐릭터들은 사랑하고 이별하고 죽고 결혼하고 이혼하고 다시 만나고 위험에 처하고 실종되고…. 시리즈의 인기가 좋을수록 주인공을 괴롭혀야 독자가 뽕쟁이처럼 책을 찾아들게 되는 법이라 비중 높은 인물일수록 별의별 사건사고에 휘말린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보덴슈타인이 가정문제로 고민했던 장면들을 떠올리면 <사랑받지 못한 여자>에서 그의 말끔한 결혼생활을 보며 입이 쓰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은 이유는, 사건의 행방을 복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두 주인공들의 지난했던 몇년간을 돌아보고 싶어서였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힘은 기발한 트릭이나 입이 떡 벌어지는 반전이 아닌 사람들의 욕망과 사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