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가장 뻔한 클리셰를 제목으로 쓰는 사람들의 의도는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이런 뻔한 것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걸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로 애거사 크리스티의 <서재의 시체> 같은 작품이 이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이렇게 뻔해 보이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로 <캐빈 인 더 우즈>가 여기에 속한다.
제목만 봐도 <캐빈 인 더 우즈>는 슬래셔영화의 가장 고루한 공식으로 시작한다. 다섯명의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숲속 오두막으로 간다. 가는 길에 그들은 음습한 경고를 하는 주유소 노인을 만나지만 그를 무시한다. 도착한 날부터 학살이 시작되는데, 최초의 희생자가 되는 사람은 당연히…. 하지만 영화는 초반부터 이들의 뻔한 이야기 뒤에 무언가 다른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감추지 않는다. 예고편에도 나오지만, 이 평범해 보이는 오두막과 평범해 보이는 좀비 살인귀들 뒤에는 최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정부의 특수기관이 존재한다. 이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특수기관과 오두막집 젊은이들의 관계가 호러 작가, 감독, 관객과 호러영화와의 관계와 정확히 연결된다는 것이다. 특수기관이 하는 일은 실제 인물과 괴물을 동원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영화는 각본에서부터 상영에 이르기까지 호러영화 제작과 관련된 모든 일들을 꼼꼼하게 다룬다.
각본을 쓴 드루 고다드와 조스 웨던은 모두 컬트 텔레비전 <버피와 뱀파이어>의 작가진 출신으로, 영화는 그들이 시리즈를 거치면서 쌓은 장르 해체와 재조립의 경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단지 영화는 <버피와 뱀파이어>가 TV와 시리즈라는 한계에 갇혀 멈출 수밖에 없었던 선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캐빈 인 더 우즈>의 후반부는 피와 신체손상과 존재하는 거의 모든 장르 도구들이 폭발하는 R등급 장르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