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평론가, 김일란, 홍지유 감독, 이화정 기자(왼쪽부터).
이번 시네마톡은 다소 숙연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상영작은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이다. 6월21일 CGV대학로 무비꼴라쥬관에서 이화정 기자와 김영진 평론가가 진행한 <두 개의 문> 시네마톡은 영화를 공동 연출한 김일란, 홍지유 감독이 함께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활동가들이 찍은 영상을 재구성해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의 25시간을 그대로 재현해낸 <두 개의 문>은 철거민들과 경찰특공대를 같은 눈높이에서 관찰하며, 이들 모두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국가권력에 대한 관객의 판단을 이끌어내는 냉정한 다큐멘터리다.
김영진 평론가는 “일방적인 피해자 프레임에서 용산참사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 독특하다. 억지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보는 이에게서 뜨거움을 불러일으킨다. 굉장한 영화적 활력을 지녔다”고 <두 개의 문>을 보고 난 뒤의 소감을 간단히 평했다. “용산을 다룬 영화들이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두 개의 문>이 그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궁금하다”고 이화정 기자가 질문하자 홍지유 감독은 <두 개의 문>은 관객의 무의식적인 죄책감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하지만 죄책감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고 각자 견해는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단 용산만의 문제가 아니고 쌍용자동차, 강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반복을 어떻게 하면 멈추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함께해주면 좋겠다”고 <두 개의 문>에 대한 연출의 변을 밝혔다.
<두 개의 문>은 끝까지 차분한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사건을 끌어가는 힘이 상당한 다큐멘터리다. 이화정 기자가 재난영화나 스릴러에서나 봄직한 스펙터클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김일란 감독은 “이 사건을 다시 경험하고 환기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화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적 장치를 통해 관객이 이 문제를 다르게 볼 수도 있겠다 싶어 극영화에서 많이 사용하는 화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고 답했다. “시각적 이미지를 아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외로 사운드가 주는 임팩트가 상당하다.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사운드임에도 절제된 구성 속에서 울림이 크다”는 김영진 평론가의 말에 김일란 감독은 “상당히 거리가 먼 데서 찍은 이 영상으로 어떻게 관객에게 공간적인 경험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실제로 목격했다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게 소리 이미지를 각인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이어 홍지유 감독은 재판 과정을 몰래 녹음할 수밖에 없었던 뒷이야기도 덧붙였다. “재판이 이례적으로 무척 빠르게 진행되어서 변호인단이 자료를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재판과정이 사실의 은폐과정이 되어가는 걸 봤다. 무엇을 증거로 채택하고 누락시키는지를 경험한다면 누구라도 용산참사를 법정영화로 다뤄보고 싶을 것이다.”
“이제 또 하나의 진실의 문이 남았다. 여러 번 보셔도 좋을 것”이라는 멘트로 이화정 기자가 시네마톡을 마무리하며 감독들에게 한마디 하기를 권했다. 김일란 감독이 힘을 실어 답했다. “영화 한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영화는 못 바꾼다. 사람이 바꾸는 거다. 용산에서 있었던 참사는 몇몇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역사다. <두 개의 문>이 활동가들만의 영화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두 개의 문>이 잘돼서 9월에 있을 국정조사나 12월 대선에 사회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