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이 그 순간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방금 이야기를 마무리지은 이 영화에 대해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는 것 아닐까? 영화를 통해 내가 느끼고, 네가 생각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결과적으로 영화와 소통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그렇게 영화를 두고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누군가의 생각과 경험, 느낌을 품게 된 영화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채 더 값지고 의미있어질 것이다.
2009년부터 꾸준히 관객과 영화와의 소통창구를 열어주었던 CJ CGV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이 그간의 대화들을 정리해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한편의 영화를 상영한 뒤 감독, 평론가, 배우 혹은 다양한 인사들을 초청해 영화에 대해 웃고 떠들었던 지난 이야기들이 500페이지가 넘는 다소 엄청난(?) 분량에 알차게 담겨 있다. 무비꼴라쥬 개봉작을 평론가와 기자, 감독, 배우들과 감상한 뒤 이야기를 나눴던 시네마톡,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선정해 그 안에 담긴 예술세계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던 아트톡, 영화와 콘서트, 토론 등을 함께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던 스페셜톡 등 가지각색의 ‘톡’들이 각 챕터를 이루고 있다.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듯 대화 형식으로 정리된 그날의 톡들은 지난 영화들에 대한 감상을 복기시켜주며 다시 한번 작품 속으로 푹 빠져들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사전 두께의 어마어마한 분량에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친구와의 편한 수다처럼 가볍고 재미있다. 또한 김영진, 심영섭, 이동진, 한창호 영화평론가부터 홍상수, 장준환, 이송희일 감독까지, 한데 모으기 힘든 영화계 인사들의 별별 이야기를 책 한권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꽤 매력적이다. 3년간 시네마톡을 빼놓지 않고 즐겼던 관객에겐 이 책이 하나의 기록보관소가 될 수도 있겠다. <시리어스 맨>부터 <카페 느와르>까지, 수십편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거쳐 책장을 덮는 순간 다시 보고 싶었던 영화 DVD를 꺼내 재생 버튼을 꾸욱 누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반드시 그 영화에 대해 긴 수다를 떨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