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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과하지만 맛은 약한…
이화정 2012-06-12

<돈의 맛> 현지반응과 기자회견

공개 전 <돈의 맛>이 관심을 끈 쟁점은 두 가지였다. 일단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가 선정 뒤, ‘클래식한 미장센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올 칸영화제 공식 선정 영화 중 가장 훌륭한 미장센’이라 호평을 했다는 것. 두 번째는 2010년 경쟁부문에 초청된 <하녀>에 이어 임상수 감독의 한국 권력과 재벌에 관한 지속적 추적이라는 작가적 색채가 도드라진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심에 비해 지난 5월25일 <돈의 맛> 시사 뒤에 각 매체들이 쏟아낸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비판의 핵심은 영화의 전반적인 만족도가 임상수 감독이 보여주는 화려한 미장센과 대비된다는 것이었다. 칸 공식 데일리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임상수 감독은 2년 전 한국 고전영화 <하녀>를 색다르고 현란하게 해석한 새 버전으로 칸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새 영화 <돈의 맛>은 세트는 더욱 화려해지고 커졌다’면서도 ‘그가 한국에서 추앙받는 감독임은 분명하나 이번에는 전혀 새로움이 없다’고 혹평했다. 칸 공식 영화제 데일리 <버라이어티> 역시 ‘재벌가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김우형 촬영감독의 현란한 촬영 솜씨가 인상적이다’라며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다. 내러티브와 주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높은 밀도의 긴장을 끌어낸다’고 긍정을 전하면서도 머리말에서부터 ‘섹스, 권력, 심지어 살인까지 있는데 <돈의 맛>의 맛은 약한 편이다’라고 시작하며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버라이어티>가 지적한 ‘간단한 식사장면조차 엄청난 카메라워크를 구사하는 과잉의 화면’은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평가에서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창고에 겹겹이 쌓여 있는 신권 지폐더미를 눈으로 어루만지듯 찍어내는 방법이나 카메라가 대리석 바닥 위를 미끄러지며 세련된 디자인의 벽난로나 초고가의 오디오 세트 사이를 오가는 방식, 혹은 꼭 맞는 정장, 병째 마시는 고급 포도주, 시크한 포르노에 대한 매혹을 보고 있으면 그의 반자본주의적 언사의 격렬함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임상수 감독의 주제의식에 대한 의심까지 드러냈다.

이 밖에 ‘좋지 않은 마지막 장면의 전개’에 대한 <할리우드 리포트>의 평가처럼 영화 후반부의 과잉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영작과 필리핀 하녀 에바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둘 다 권력의 희생자가 되며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서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캐릭터였다’(<할리우드 리포트>)라는 인물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시상식 전 영화에 대한 평가를 반영해주는 공식 매거진의 별점도 좋진 않았다. 영화제의 공식 매거진 <스크린 데일리>를 통해 공개된 <돈의 맛>의 평점은 4점 만점에 1.4점이었다. 수치로만 보자면 경쟁부문 후보작 22편 가운데 최저점이었다.

언론이 쏟아낸 7분간의 기립박수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VIP가 참석하고, 감독과 배우가 함께 레드카펫에 오르는 갈라상영 때 공식상영 부문의 모든 영화에 대해 기립박수를 쳐주는 것은 영화에 대한 예우를 중시하는 칸의 전통이다. 기자들이 참석하는 기자시사 때는 무조건적인 박수 대신 야유도 빗발칠 수 있는 게 칸의 분위기다. 아쉽지만 <돈의 맛>의 박수는 의례적인 수준 이상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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