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프로메테우스> <매드 맥스: 퓨리 로드>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샤를리즈 테론을 만났다. 2012년 2월28일, 리들리 스콧의 신작 <프로메테우스>를 선택한 이유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석달을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출연작 중 SF가 꽤 된다. SF를 특별히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장르인가. =무척 좋아한다.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이 장르 안에 포함된 것을 좋아한다. 닐(블롬캠프 감독)이 <디스트릭트9>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것. 그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프로메테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장르 외에 어떤 것이 있나? 감독인가? 캐릭터인가. =리들리 스콧이다. 캐릭터는 아니다. 캐릭터에 이끌려 영화를 선택한 적은 한번도 없다. 내 생각엔 이 말은 정말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감독이 최우선이다. 그다음은 이야기다. 결정적인 이유는 언제나 감독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어땠나? <에이리언>의 프리퀄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이야기에 끌렸나. =아니다. 나는 <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과는 완전히 독립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알기로는 제작진이 영화를 처음 구상할 때 에일리언의 시작에 대한 설명이 출발점이었지만, 작업이 진행돼감에 따라 그들도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질문이었는지를 깨달았다. 프리퀄이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사람들은 <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이라고 기대하지만, 프리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당신이 연기하는 메레디스 비커스는 우주의 첫 아마조나스다. =그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내가 알기로 산업 자체에서 그 자리에 여성을 앉히는 경우는 전무하며, 리들리는 그런 역할에 여배우를 캐스팅한 아마도 첫 번째 감독일 것이다. 촬영분을 보면서 캐릭터를 본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진짜 그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이 보였다. 짧은 머리하며 죽이는 탱크톱을 좀 보라. 그건 리들리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죽이는 탱크톱”이라니, 영화에서 어떤 의상을 입었나. =이그제큐티브 슈트와 밀리터리룩이 혼합된 의상이다. 구조적이고, 반짝거리며, 모던하다. 무척 아름답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우주복으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트레일러를 보니 어항처럼 보이는 헤드기어도 있더라. =그걸 쓰면 소리의 전달이 어려워서 배우들 모두가 이어피스를 착용했다. 연결된 사람들끼리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장치인데, 한마디씩만 해도 엄청나게 시끄럽다. 그래서 촬영이 끝날 때가 되면 제발 조용히 하라고 소리칠 정도였다. 머릿속에 5명이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당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설명하겠나. =실용적인 사람이다. 프로메테우스호를 우주로 보내는 미션에 책임을 지는 만큼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일을 어렵게 만드는 관료주의의 표본이다. 과학자도 아니고 신념도 없다. 처음부터 작전이 예산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람이다.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갔나? 우리가 알 만한 사람을 만나서 모델로 했나. =특정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리들리와 나는 특정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이반카 트럼프 같은 여자들 말이다. 나는 그녀에게 반해버리는데, 그녀의 모든 것은 이미 DNA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그녀를 보면 그녀의 아버지(도널드 트럼프)가 겹치는 것처럼. 여성인지 남성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에는 모두 권력에 굶주린 사람들일 뿐이다.
-대부분이 세트 촬영이라고 들었다. 로케이션 촬영도 있었나. =아이슬란드로 짧은 촬영을 나갔다. 세트에서 5시간 운전해서 가야 했다. 거대한 자연 경관, 끊임없이 연기를 뿜어내는 활화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는 것이 작품을 촬영 중인 배우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가.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배우에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 그린 스크린 앞에 서는 것보다 더 몰입할 수 있고,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다.
-2012년에 출연하는 영화가 많다. =쉴 시간이 없었고 쉬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매드 맥스: 퓨리 로드> 촬영을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