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목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마음껏 욕망하며 살아보니 괜찮더라는 뜻으로 들렸다. 욕망 그대로의 삶을 선언하는 책들은 차고 넘친다. 어릴 때 여행을 많이 다니라거나, 직장을 때려치우고 도전하라거나 하는 말들이 기쁘게 들리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따로 있다. 어릴 때 여행을 다니는 것도 돈을 벌 능력이 있거나 부모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고,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만의 일을 하는 것도 그만큼의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다. 책을 읽고 나서야 저자의 관점을 오해했다는 걸 깨달았다. <욕망해도 괜찮아>는 욕망을 감추고 살아야만 하는 사회가 결국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이고, 왜 우리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한 회고담이다.
<욕망해도 괜찮아>는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창비 사이트에서 연재한 <색, 계>라는 칼럼을 묶은 것이다. 언제나 ‘색’을 갈구하지만, 또 언제나 ‘계’의 영역에서 색을 향한 욕망을 감추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저자는 자신이 먼저 패를 깐다. 김두식 교수는 <헌법의 풍경> <불멸의 신성가족> 등의 책을 썼고, <한겨레>에 인터뷰를 기고하는 인기 필자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가 누군가에게는 유명한 사람이어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듣보잡’일 수밖에 없을 때 느끼는 당혹감, 그럼에도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는 걸 은근히 드러내면서 어쩔 수 없이 욕망을 이야기하는 모순을 고백하는 부분은 직업을 막론하고 공감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신정아를 둘러싼 소동과 상하이 스캔들에서 40대 남성의 욕망을 발췌하는 부분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해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그들에게 어느 날 불쑥 드러난 유치한 소년들이 신정아와 덩여인을 사랑했다는 시선은 흥미롭다기보다는 무서웠다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할 것이다. 그런 욕망이 성공한 남자들에게만 찾아올 리 없을 테니 말이다. <욕망해도 괜찮아>는 인생을 위해 서슴없이 욕망하라는 선언의 책이 아니다. 조금씩 계의 선을 넘을 때, 때로는 색을 찾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이 사회도 건강해질 것이란 관점에서 욕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