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스타, 화제의 영화들…. 부산국제영화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다. 하지만 부산 같은 메이저 영화제에는 이 키워드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도 모여든다. 이를테면 입봉 대기 감독 진수(송삼동)와 건달 전문 단역배우 태욱(김정태) 같은 사람들. <슈퍼스타>는 그들의 부산영화제 동행기다. 입봉도 못했는데 부산에 얼굴 비추기가 영 찜찜한 진수와 영화제 파티에 참석해 얼굴 도장이라도 한번 더 찍겠다는 태욱은 사사건건 충돌한다. 아이러니한 건 의기소침하든 의욕이 넘치든 영화제 행사장 곳곳에서 진수와 태욱이 받는 대접은 비슷하다는 거다. “그런데 임 감독님은 무슨 영화 만드셨어요?”라는 질문에 진수는 대답하지 못하고, 태욱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 대배우 안성기는 단역배우인 그를 알아보지 못한 채 “태욱이도 이제 입봉해야지?”라며 슬픈 덕담을 남긴다.
<슈퍼스타>는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영화다. 안성기, 이준익, 이춘연, 장항준, 정윤철, 김동호, 정찬과 박수진을 비롯해 카메오로 출연한 수많은 영화인들이 실제 직업을 연기하고, 진수와 태욱을 바라보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영상으로 스리슬쩍 끼어들며, 속시원한 대구탕, 미포 횟집, 그랜드호텔, 남포동 대영시네마 등 영화제의 명소가 진수와 태욱의 동행 장소가 된다. 15회 부산영화제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실제로 열리는 행사의 구석구석을 간결하고 빠르게 훑는 카메라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건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실적인 상황과 대사들이다. 먼저 입봉한 후배의 작품을 멋쩍게 감상하는 감독이나 “내가 멜로나 로맨틱과는 아니지?”라고 은근하게 속마음을 드러내는 배우, 아는 영화에 나온 배우를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수첩에 사인을 부탁하는 영화제 팬들까지, 진수와 태욱이 영화제에서 겪는 사적인 경험들이 촘촘히 쌓이며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은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조감독과 배우로 부산을 찾았던 감독 임진순과 배우 김정태의 ‘실제 상황’으로부터 출발했다. 김태욱이라는 본명으로 출연하는 김정태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왔던 실제 모습과 캐릭터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며 심드렁한 진수 역의 송삼동과 호흡을 주고받는다. <슈퍼스타>가 입봉작인 임진순 감독은 가까운 과거의 경험을 살려 다소 투박하지만 과하지 않게 캐릭터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낼 줄 안다. 적어도 도약 직전의 영화인들이라면 이 영화의 진심에 공감할 거다. “우리 인생 하루하루가 공포 스릴러인데”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충무로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슈퍼스타>가 전하려는 건 막연하지만 땅을 딛고 일어설 만큼의 산뜻한 위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