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중하순 프랑스 남부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라면 두말할 것 없이 대부분의 독자들은 화려한 칸국제영화제를 떠올릴 것이다. 사실 5월 칸에서는 두개의 영화제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하나는 모두 알고 있는 ‘그’ 영화제이고, 하나는 ‘Festival “off” of Cannes’이라 불리는 L’ACID영화제다. 이 두 영화제는 지난 1993년 L’ACID영화제 개최 이후, 매년 거의 같은 날짜와 같은 장소에서 조금은 다른 영화들을 선보여왔다. L’ACID는 사실 영화제 이름이 아니라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프랑스의 독립영화극장배급협회(L’Association du Cine´ma Inde´pendant pour sa Diffusion)를 지칭하는 말로, 그간 수많은 신예와 중견감독들의 작품의 극장 배급을 맡아왔다. 20주년을 맞은 올해, 어김없이 칸에서 진행되는 L’ACID영화제와 더불어 파리 시네마테크에서 영화제 기간 동안 L’ACID가 배급한 30여편의 작품의 특별상영회도 함께 열렸다. 파리-칸 사이에서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는 L’ACID 파비엔 앙클로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L’ACID는 어떻게 결성된 단체인가. =20년 전 극장 배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180명의 영화감독들이 공동으로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이들은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위해 극장 배급을 대리해줄 수 있는 기관의 창설을 추진했고, 이 움직임은 1990년대 초 문화보호주의를 중요시하던 프랑스의 자국 내 시대 흐름과 맞아떨어져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L’ACID는 이 운동의 결과물이다.
-L’ACID는 경제적, 행정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나. =L’ACID의 재원은 대부분 파트너십 지원으로 운영된다. L’ACID에는 4명의 상근직원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극장 배급, 영화제, 관련 출판, 그리고 파트너십을 나누어서 관리한다. 또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한달에 한번씩 어김없이 이루어지는 감독들과의 만남의 자리다. 이때 협회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의견을 수렴하고, 어떤 영화를 배급할 것인지를 함께 결정한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말하자면 그간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는 얘기다. 반면, 1990년대 초와 비교해서 문화의 예외성에 대한 고려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기관 운영이 예전에 비해 쉬워졌나, 아니면 더 어려워졌나. =지난 20년간 적극적인 감독들의 참여 덕분으로, 우리는 프랑스 내 200여개의 상영관, 해외 40여개국의 극장들과 직접적인 파트너십을 맺었고, 국내외 영화제에 지속적으로 작품을 출품해왔다. 말하자면 L’ACID의 운영 체제는 이미 안정적인 입지를 굳혔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장 배급에서 보호막이 많이 사라져 경제적인 어려움을 더 직접적으로 느끼는 건 사실이다.
-왜 L’ACID는 칸국제영화제와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열리나. 혹자는 L’ACID를 ‘Festival “off” of Cannes’이라고 지칭하는데. =이는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배급하는 영화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칸영화제야말로 여기저기 발로 뛰지 않고 수많은 배급자, 극장주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아닌가. 또한 ‘큰’ 영화들을 소개하는 칸영화제와 ‘작은’ 영화들, 말하자면 첫 장편, 저예산, 예술, 실험영화를 지지하는 우리 영화제는 서로 완벽한 보완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한다.
-L’ACID에 영화를 제안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두 가지 경로가 있는데, 하나는 L’ACID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1월에 있는 마감일까지 영화를 보내면 된다. 또 하나는 아까 얘기했던, 매달 정기모임에서 감독들과 함께 배급할 영화를 결정하는데, 이 경우에는 영화를 책임지고 배급해줄 독립배급사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일단 채택이 되면 L’ACID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지난 20년간의 L’ACID 사업 보고를 간단히 하자면. =그간 450개의 영화를 배급했고 세르지 보종, 피에르 슐러 같은 감독들을 발굴해내는 한편, 잘 알려진 알랑 카발리에, 클레르 드니, 가와세 나오미, 브누아 자코, 아모스 기타이 같은 감독들의 영화를 배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