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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헬로, 인디스페이스!
문석 2012-06-04

인디스페이스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2007년 11월8일 옛 중앙극장에 자리를 잡았던 한국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2009년 12월30일 ‘잠정 휴관’이라는 여운을 남기고 문을 닫았다. 당시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를 새롭게 공모한다고 발표했고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일관된 노선인 ‘좌파 문화단체 배제’를 위한 것임을 알아챈 인디스페이스는 이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정치와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민간독립영화전용관을 만들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 성과가 바로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 새로 열게 된 인디스페이스다.

5월29일 열린 인디스페이스 개관식의 분위기가 흥겨웠던 이유는 뺏기다시피 한 공간을 되찾았다는 기쁨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설립추진모임을 이끌어온 공동대표 세명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안정숙 선배, 아니 인디스페이스 관장의 얼굴에는 시종 웃음이 맺혀 있었고, 김동원 감독의 목소리는 유난히 우렁찼으며, 김동호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의 부처님 미소도 유난히 은은했다.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찾은 수많은 영화인들 또한 즐거움에 겨운 표정이었다. 얼떨결에 호명돼 고사상 앞에서 절을 하게 된 사람들도 행복한 마음으로 돈봉투를 돼지머리에 끼워넣었다(그중엔 나도 있었다. 어쩐지 가는 길에 돈을 뽑고 싶더라니!).

인디스페이스의 자랑이자 으뜸가는 볼거리는 극장 좌석이다. 좌석 하나당 200만원씩 기부한 ‘나눔자리 회원’들의 이름이 좌석 뒤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임권택, 임순례, 윤제균, 김한민, 양익준 등 감독도 있으며 차승재, 심재명, 이은, 최용배, 원동연 등 제작자도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안성기, 강수연, 권해효, 송강호, 박해미, 장동건, 차승원, 공효진, 염정아, 지진희, 예지원, 하정우, 신민아, 송혜교, 임수정, 정겨운, 류현경 같은 배우들이다.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계뿐 아니라 충무로가 한마음으로 후원하는 공간인 셈이다.

극복해야 할 일도 많다. 무엇보다 운영비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 김동원 감독은 “월 5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는데 만만치 않은 과제다. 120석이 안되는 적은 좌석 수도 운영의 묘를 필요로 한다. 나는 여기에 영화 수급 문제를 덧붙이고 싶다. 2007년 인디스페이스 개관 이후 독립장편영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늘어난 양에 비해 독립장편영화의 질은 하향평준화된 듯한 느낌이다. 최근 만난 한 영화평론가는 “독립영화의 외피를 썼지만 상업영화의 언어로 이뤄진 가짜 독립영화가 많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동감한다. 그러니까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의 ‘독립정신’을 끌어올려야 할 책무도 있다는 말이다. 아무튼 관심이 우선이다. 여러분도 기회가 닿는다면 인디스페이스에 들러보고, 마음이 닿는다면 ‘주춧돌 회원’이 돼 한국 독립영화의 내일을 밀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