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엄마에게”로 시작하는 영민의 내레이션이 깔리면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혼자 물에 밥 말아먹는 엄마 화정(장시원)의 모습이 비친다. 설을 맞아 화정의 자식들이 모두 친정집에 모인다. 제일 먼저 도착한 건 셋째아들 영민의 부인과 두명의 손자. 이어 화정의 세딸들이 남편과 자식을 대동하고 속속 집에 도착한다. 정성스레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윷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 그러나 집안의 장남 영민의 부재는 이들에게 갈등과 오해와 상처를 남긴다.
<엄마에게>는 극영화지만, 종종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가족간의 미묘한 위계, 설날 풍경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이어서 그렇다. 차례를 지내며 장손주에게 술 따르는 법을 재차 확인시키는 할아버지, 고스톱 판을 벌이며 점 100이냐, 점 200이냐 결정하는 남자들, 부엌에서 자식들 싸줄 음식을 챙기는 엄마, 세뱃돈이 오가는 모습 등이 놀랍도록 꼼꼼하게 지점들을 굳이 꿋꿋이 묘사하는 이유는 캐릭터와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통했다. 캐릭터는 생생해졌고, 자극적인 사건사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아들의 부재, 즉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음이 드러난다. 영민의 죽음을 암시만 하던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야 아들의 무덤을 찾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제야 엄마는 울음을 터뜨린다. 결국 “보고 싶은 엄마에게”로 시작한 영화는 “영민에게”로 시작하는 엄마의 답장으로 끝을 맺는다. 엄마 화정을 연기한 비전문배우 장시원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