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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파워풀한 가능성이 있는 감독과 배우들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2-05-29

5월23일 CGV대학로에서 열린 <U.F.O.> 시네마톡 현장

공귀현 감독, 정영기, 김창환, 지상혁, 김태윤(왼쪽부터).

“시네마톡 역사상 처음으로 왜 그랬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고 싶은 영화입니다.” <U.F.O.>를 본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첫 소감이다. 제5회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서 무비꼴라쥬상을 수상한 <U.F.O.>는 그처럼 괴이하면서 독특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5월23일 CGV대학로에서 열린 <U.F.O.> 시네마톡은 김영진 영화평론가와 <씨네21> 강병진 기자가 진행하고 공귀현 감독과 출연배우 정영기, 김창환, 지상혁, 김태윤이 함께했다.

<U.F.O.>는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구절로 강한 인장을 찍어놓고 시작한다. U.F.O를 찾아 나선 4명의 소년이 한 소녀의 실종 사건에 연루된다. 소년들은 소녀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단지 U.F.O에 납치됐다가 풀려났다고 말한다. 술에 취해 당시의 기억이 흐릿한 순규(이주승)는 점점 U.F.O의 존재에 확신을 갖고, 다시 친구들과 함께 갔던 숲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날의 진실과 마주한다. 소년들의 모험, U.F.O 등에서 할리우드의 어드벤처 성장영화들이 엿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강병진 기자는 “장르에 대한 메타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구니스>나 <E.T.>는 소년들이 어른들은 인정하지 않는 자기들의 믿음을 입증해가는 과정의 영화다. <U.F.O.>는 그렇게 가는 듯하다가도 정반대의 공식으로 진행된다”는 말로 공귀현 감독이 장르영화에 가진 애정과 영향에 대해 물었다. 이에 공귀현 감독은 “기억을 찾는 주인공의 형식은 장르영화보다는 앨러리 퀸 등의 추리소설의 영향이 크다. 추가로 음모론을 얘기하는 장면 등은 <스탠 바이 미>에 대한 오마주였다. 인물의 포맷도 비슷하고, 워낙 좋아하는 영화다”라고 대답했다.

소재만큼이나 캐릭터의 특징도 <U.F.O.>의 결정적인 매력이다. 배우 이주승이 분한 주인공 순규가 대표적이다. 그에 대해 한 관객이 질문을 던지자 공귀현 감독은 순규를 두고 “결말에 와서 극단적으로 변한 게 아니라, 이 친구 안에 이미 비극과 폭력성이 내재해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진 평론가는 “영화 전체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순규의 형 영규에게도 주목했다. 공귀현 감독의 분신과도 같다는 영규를 연기한 김태윤은 “촬영 당시의 감독님의 헤어와 의상을 그대로 가져와 영규의 모습으로 소화했다”며 배역에 대한 열의를 드러냈다. 김태윤의 대답을 긍정하며 공귀현 감독은 “U.F.O나 종교, 그외의 초자연적인 현상들은 (개인에 따라 그 존재를) 믿는 것까진 좋은데, 논리적으로 근거를 밝힐 수 없다. 말하자면 영화에서 영규는 새로운 눈이다. 네명의 친구가 공유한 은밀한 기억이 있지만 영규가 등장하면서 이 기억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하고, 비극의 전조를 예고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영기, 김창환, 지상혁 역시 각자 맡은 캐릭터에 대해 줄곧 연구해왔고, 그 표현에도 상당히 만족하는 듯했다.

끝으로 김영진 평론가는 “장르적으로 야심이 엿보이는 영화다. 관객과 대결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그 대결의 순간이 예상보다 덜 폭발하고, 가능성의 영역에서 머물렀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하다. 컷이 더욱 풍부했으면 덜 당혹스러웠을 장면이 있다”는 언급과 함께 취조실 장면의 긴장감 부족, 여자 캐릭터의 기능적 소모 등을 <U.F.O.>의 한계로 지적했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는 말을 덧붙인 김영진 평론가는 <U.F.O.>를 통해 공귀현 감독과 배우들이 보여준 “파워풀한 가능성”에 더 손을 들어주며 시네마톡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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