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마음은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으로 향한다. 그 아름다운 해안에 자리한 도시 칸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관심이 쏠린다는 얘기다. 딱 한번 가봤을 뿐이지만, 칸의 5월은 찬란했다. 동공을 최대치로 열게 하는 햇살과 낮은 습도가 지중해풍 풍경과 어우러져 기분을 들뜨게 했다. 물론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만 한껏 즐기다 왔다는 사람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영화제에 초청받아 참가하는 영화인이며 마켓에서 영화를 팔고 사려는 업자들과 이곳을 취재하는 기자들로 칸영화제는 전쟁터에 다름 아닌 까닭이다. 영화인 입장에서는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행사와 인터뷰가, 업자 입장에서는 무한대로 펼쳐지는 경쟁이, 기자로서는 봐도 봐도 끝이 없는 영화와 영화, 그리고 또 다른 영화가 거대한 쓰나미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럼에도 칸을 다녀온 사람들이 매년 5월 그곳을 그리워하는 건 프랑스 코타주르 지방의 초여름 정취가 그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올해는 영화제 초반 무려 나흘이나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몰아쳤다고 한다. 많은 행사가 취소됐고 야외 상영관이 폐쇄됐단다. 아무리 비가 쏟아져도 칸의 최고 볼거리인 레드카펫 행사만큼은 치러져야 했으니 참석한 영화인들이나 저널리스트 모두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이다. 이화정 기자에 따르면 평년보다 기온이 10도 정도 낮았고 그 탓에 상영관마다 기침과 재채기 소리가 우렁차다고 하니 칸 시내 약국은 호황을 누릴 듯하다. 아마 <씨네21> 기자들이 돌아오는 다음주 이맘때가 되면 그들이 들려주는 우중 무용담으로 사무실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비와 바람 이야기를 들어도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그곳이 더 그리워진다는 점이다.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칸영화제 공식 사이트나 여러 매체와 저널리스트의 블로그를 뒤져보지만 큰 도움은 안된다. 그러고 보니 칸에 대한 동경을 자아낸 건 아름다운 풍광만이 아니었나 보다. 그 정체는 영화다. 두명의 ‘상수’와 웨스 앤더슨, 자크 오디아르, 마테오 가로네, 미하엘 하네케, 알랭 레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켄 로치, 월터 살레스, 레오스 카락스,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필립 카우프먼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수난과 고통은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들 영화가 모두 대단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 이름난 감독들의 영화 중에는 햇살 같은 영화도, 비바람 같은 영화도 있을 것이다. 올 칸영화제의 진짜 날씨, 그러니까 ‘극장 속 날씨’가 궁금하다면 곧바로 특집 페이지로 향하시라. 4명으로 구성된 <씨네21> 칸영화제 취재팀이 전해주는 생생한 이야기가 당신을 눈부신 햇살과 악몽 같은 폭풍우 속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그리고 상영 일정이 늦게 잡혀 미처 담지 못한 <돈의 맛> 관련 소식과 총결산 리포트는 다음호에 실릴 것이니 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Bon Voy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