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가 칸 현지시각으로 5월20일에 공식 첫 상영을 가졌다. 전북 부안의 모항이라는 해변에 '안느'라는 이름을 가진 프랑스 여인이 방문하는 세개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영화다. 아직은 공식적인 평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전. 기자와 영화 관계자들은 시사 직후 저 마다 트위터를 이용하여 감상을 전하고 있다. “홍상수가 홍상수 영화를 만들었다.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프랑스 영화평론가 니콜라 질리)”같은 다소 수사적인 찬사에서부터 “홍상수는 여기서 그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한국식 바베큐, 아름다운 여자들 그리고 무한 알콜. 이자벨 위페르는 끝내준다.(영화 제작자 제레미 바르텔레미)”,“세상이 완벽하다면, <다른 나라에서> 의 어리버리한 해양구조원은 상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어쩌면 그(유준상)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스타인 것 같다.(<빌리지 보이스>등에 기고하는 평론가 애론 힐리스)”같은 이번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 관한 찬사도 눈에 띤다. 21 일 오전에는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모인 기자들은 홍상수와 이자벨 위페르라는 세기의 만남에 대해 주로 물었다. 이자벨 위페르는 “이 모험이야말로 나의 즐거움을 더 황홀하게 했다. 세 명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거라는 사실만을 알고, 그리고 감독이 요구하는 의상 몇벌을 챙겨서 갔다. 제목이 말하듯이 이 영화의 이국적이지만 어떤 친밀함이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선사한 것 같다”며 이번 영화 출연에 큰 만족도를 표했다.
한 편 칸 영화제가 마련한 <다른 나라에서>의 상영 일정과 장소는 다소 의아함을 자아냈다. 칸의 경쟁 부문 작품들은 언론을 상대로 보통 두 번 정도의 상영을 갖게 되는데, 대개 주상영관인 ‘뤼미에르'나 '드뷔시' 극장에서 열린다. 혹은 두 번 중 한 번은 상대적으로 작은 ‘바쟁’극장에서 열린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의 두 번의 상영은 전부 ‘바쟁’극장에서만 있었다. 22편의 경쟁 부문 장편 중 <다른 나라에서>만이 이런식의 일정이다.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는 언론인들의 숫자 또한 다른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나라에서>를 보지 못한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씨네21>은 칸 영화제 쪽에 이에 대한 공식적인 이유를 물었다. 영화제 쪽은“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상영관에 비해 많은 영화를 상영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몇몇 영화가 그런 식의 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아마 그럴 것이다. 당대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벌써 8번째 칸의 초대를 받은 홍상수 감독의 협연으로 벌써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 아닌가. 의도적인 하대일 리가 없다. 그렇다면 영화제는 그들의 귀 한 손님에게 더욱더 세심한 배려를 갖췄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