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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의 본드걸, 킬러가 되다 <키롯>

차라리 그녀가 니키타쯤 되는 인간병기였더라면 이 영화가 이토록 불안하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남편과 딸은 우크라이나에 남겨둔 채 예루살렘에서 청부 킬러로 살아가는 갈리아(올가 쿠릴렌코)는 살인을 직업으로 삼을 만큼 강하지 못한 여자다. 고국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매일 밤을 지새우는 그녀는 고용주로부터 자신의 여권과 돈을 되찾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티는 중이다. 이야기는 그녀가 옆집에 사는 또 다른 기구한 운명의 여자 엘리노(니네트 타옙)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엘리노는 온갖 사사로운 이유로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남편을 인내하며 살아가던 중 갈리아를 만나 지옥보다 못한 삶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갈리아가 이름 모를 여자를 죽이라는 명령을 끝내 완수하지 못하고 자신의 고용주의 고용주로부터 쫓기게 되고, 엘리노는 우발적으로 남편을 죽이게 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불길해진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전사 캐릭터를 다소 이국적인 풍경과 공식화된 액션영화의 미장센 속으로 밀어넣은 이 영화는 아마 관객에게 날것의 액션이 주는 쾌감을 선사하려고 했던 것 같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만만치 않은 본드걸로 활약했던 우크라이나 여배우 올가 쿠릴렌코 역시 전문적으로 훈련받지는 않았으나 타고난 운동감각으로 겨우 버티는 정도의 액션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가 기대고 있는 것은 서툴러서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액션이 아니라 남자들에게 얻어맞으며 피 흘리는 두 여자를 구경하는 재미다. 그래서 다소 음흉하게 느껴지는 영화이다. 물론 그전에 장르적 쾌락도 충분히 제공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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