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람으로 살다.’ 대다수를 배제하고 있는 세상에 제법 의미심장한 슬로건을 내건 17회 서울인권영화제가 청계광장에서 열린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거리 상영이 올해로 5년째다. 그러나 올해도 청계광장 사용 허가를 받는 일이 쉽지 않았다. 서울인권영화제 김일숙 활동가는 “극장이든 광장이든 영화제를 열기 위해서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 따라 상영 등급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인권영화제 상영작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작품이 아닌 데다가 표현의 자유를 위해 법해석에 의해 등급분류를 받을 의무가 없다”며 “이미 2009년 청계광장에서 영화제를 연 적이 있고, 관련 법률을 어긴다면 영화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불법행위를 확인한 뒤 고소, 고발하면 되지 않냐고 청계광장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제출했다. 영비법을 핑계로 사용 신청을 꺼려하던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영화제에 청계광장 사용허가서를 보내면서 올해도 청계광장에서 열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상영작은 총 30편이다. 개막작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소재로 한 김정근 감독의 <버스를 타라>가, 폐막작은 2009년 용산 참사를 그린 김일란, 홍지유 감독의 <두 개의 문>이 선정됐다. 김일숙 활동가는 “인권영화제의 이슈는 매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가 MB 정권 5년차다. 많은 인권 활동가와 감독들이 지친 것 같더라.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을 그린 <장애인 이동권 투쟁 보고서-버스를 타자!>(감독 박종필), 쌍용자동차 싸움을 다룬 <당신과 나의 전쟁>(감독 태준식) 등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을 그린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선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라고 올해 인권영화제 상영작의 특징을 설명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5월25일부터 28일까지 열리고, 자세한 상영시간표는 영화제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http://seoul.humanrightsf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