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는 성가대의 일원이다. 장난꾸러기인 두 형과는 반대로 신앙심이 깊고 차분한 소년이다. 프란체스코는 교황 앞에서 단독으로 노래할 기회를 얻게 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연습에 매진한다. <프란체스코와 교황>은 꼭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즐길 포인트가 많은 다큐멘터리다. 일반인이 흔히 접하기 힘든 눈과 귀의 호사가 <프란체스코와 교황>에는 있다. 카메라가 이따금씩 크게 잡아주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화는 눈을 즐겁게 하고, 소년 성가대의 합창은 귀를 기쁘게 한다. 특히 성 베드로 성당 지하의 베드로의 시신이 묻힌 장소에서 돔을 곧장 올려다볼 때의 간접경험은 특별한 기분을 선사하고, 교황의 바쁜 일정과 교차해서 나오는 소년 성가대의 성실한 연습장면도 인상적이다.
다큐멘터리의 동행인이 프란체스코인 것은 좋은 선택인 듯하다. 어린 프란체스코의 내레이션은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이 종교적인 영화를 볼 때 갖게 되는 부담감을 확실히 덜어준다. 그 목소리는 교황과 바티칸에 대한 경외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큐멘터리를 즐기게 한다. 종종 일반적인 상식과 대립할 만한 교황의 종교적 발언이 들리지만 이는 곧 프란체스코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묻히고 만다. ‘집에 돌아가서 교황님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하며 이것저것 상상해보는 프란체스코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은 보는 이의 입가에 미소를 걸어준다. 마침내 노래를 마치고 교황에게 칭찬을 듣는 프란체스코의 벅찬 표정을 담은 순간은 보는 이마저 코끝이 시큰하게 하는 대견하고 기특한 장면이다. 순수하게 관객의 마음을 정화해줄 진짜 ‘종교적인’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