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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공기를 유영하는 듯 <미래는 고양이처럼>

소피(미란다 줄라이)와 제이슨(해미시 링클레이터), 구불거리는 머리모양도, 엉뚱한 감수성도 똑 닮은 두 사람은 동거 중인 4년차 커플이다. 이들은 한달 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고양이 꾹꾹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고양이를 책임지다보면 이내 마흔살이 되고 말 거라는 두 사람, 도대체 어디서 굴러온 계산법인지 마흔살은 쉰살과 다름없고, 그 이후의 삶은 잔돈이나 마찬가지라며 허탈해한다. 그리고 남은 한달간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제이슨은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는 환경지킴이, 그러니까 나무를 파는 방문판매원이 되고, 직장 동료의 유튜브 조회수가 부러웠던 소피는 하루에 하나씩 서른개의 댄스 동영상을 올리기로 마음먹는다.

어정쩡한 신념에서 시작된 모험은 곧 지지부진해지고, 패배감과 자기 연민에도 지쳐갈 무렵 지독한 외로움이 밀려온다. 남은 인생을 책임질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불현듯 목덜미가 서늘해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수순이다. <미래는 고양이처럼>은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유아기적인 불안을 보이는 두 사람의 어느 봄날을 담고 있다. 감독의 전작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의 인물들처럼, 소피와 제이슨은 관계를 맺는 데 서툴고 유난히 순진하며, 종종 비일상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양말을 귀에 거는 대신, 티셔츠를 뒤집어쓰고 춤을 추는 변화 정도가 있을 뿐이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은 더 과감해졌다. 감독 본인이 목소리 연기를 한 고양이 꾹꾹이는 앙증맞은 앞발을 움직이며 영화 내내 내레이션을 읊조리고, 시간에 대한 초현실적 유희는 보다 적극적으로 화면에 담긴다.

그러나 여러 인물구도로 이야기의 중심이 분산되었던 전작과 달리, <미래는 고양이처럼>의 갈등과 감정선은 주로 두 남녀에게 집중되어 있고, 이 점이 결과적으로 영화의 정서에 균열을 일으킨다. 전작의 경우, 캐릭터들의 개성과 소동이 유발하는 경쾌한 리듬이 영화에 깔린 순진한 감상주의를 어느 정도 보완해주었다면, 이번 영화는 캐릭터의 활력이 어두운 현실을 끝내 품어내지 못한다. 사실상 소피와 제이슨은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는 타입의 사람들이며, 둘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그 무능은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만약 <미래는 고양이처럼>이 전작에 비해 성숙했다는 느낌을 준다면, 아마도 그것은 이 영화가 캐릭터의 무능, 더 나아가 미란다 줄라이식 감수성의 한계를 솔직하게 노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균열이 주는 서늘한 현실감과 비교할 때, 꾹꾹이가 남긴 철학적인 내레이션이나 영화에 빈번히 등장하는 에셔의 ‘상대성’ 그림처럼 삶과 시간에 대한 성찰을 담은 설정들은 좀 공허하고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미래는 고양이처럼>의 몇몇 장면들은 아기자기하고 경쾌하며 여전히 사랑스럽다. 봄날의 공기를 가뿐하게 유영하는 듯한, 귀엽고 몽글몽글한 이미지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봄이 주는 설렘은 고사하고 삶 자체가 그저 밤낮의 구별도 없는 야생으로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기대보다 여름은 빨리 찾아왔고, 뜨겁고 눅눅한 현실감 속에서 간질간질한 상상력과 자기도취적인 감수성을 인내하기란 좀 피로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영화가 보여준 성숙에도 불구하고, 미란다 줄라이 특유의 감상주의에 대해 자꾸만 거리를 두게 된다. 어쩌면 그 거리감의 실체는, 바닥을 온전히 딛지 않고서도 도약할 수 있는 모든 발랄한 상상력에 대한 질투 섞인 불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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