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두 가지 점에서 놀라운데, 하나는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다는 점(400페이지가 넘는다)이고 다음으로는 표지의 ‘K·POP’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크게 인쇄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최근의 아이돌 그룹만 다루지 않는다. 제목과의 연관성을 생각할 때 1990년대가 비중있게 다뤄질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People Who Make K-POP’이란 영문 제목이 힌트를 준다. <K·POP 세계를 홀리다>는 21세기의 한국 팝을 말하기 위해 과감하게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 다음 천천히 내려오는 방식을 택한다. 그러니 당연히 두꺼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두께에 비해 각 항목들이 빡빡한 건 아니다. 연대기로 나뉜 각 장은 당대에 활동하던 음악가들과 대표 앨범을 다루는데, 그 내용은 금방 읽을 수 있을 만큼 압축적이다. 저자 김학선의 말대로 이 책은 ‘일종의 안내서’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인지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면면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1970년대 장에서는 신중현, 한대수, 남진, 나훈아, 패티김이 나란히 다뤄지고, 2000년대 장에서는 허클베리핀, 동방신기, 버벌진트, 에픽하이가 비슷한 분량으로 언급된다. 서문에 쓴 대로 ‘한류를 다루고 싶은 출판사의 욕망’과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준 음악가를 소개하고 싶은 저자의 욕망’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는데, 그사이에는 저자가 중학생이던 80년대 말에 헬로윈의 음악을 계기로 처음 ‘진지하게’ 음악을 접했던 세대적 경험이 깨알같이 박혀 있다.
갖고 다니며 읽기엔 꽤 부담스러운 무게감을 자랑하지만 책장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보기엔 딱 좋은 두께와 무게다. 한편 어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할 수도 있다. 경험적으로 <한국 팝의 고고학 1960/1970>(신현준 외)이나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이영미), <90년대를 빛낸 명반 50>(김영대 외), <트로트의 정치학>(손민정), <아이돌>(이동연 외) 등을 권한다. <K·POP 세계를 홀리다>와 마찬가지로 모두 진지하고 사려 깊고 친절하게 쓰인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