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란 <E.T.>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영화란 외계에서 온 것과 같은 새로운 매체라는 것입니다.”(이명세 감독) “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수없이 많은 대중에게 내 일기장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것, 또는 끊임없이 연애편지를 보내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송해성 감독)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마스터클래스 강의 내용이 <연출 수업>이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임권택, 정지영, 김홍준, 이현승, 권칠인, 한지승, 김대승, 정윤철, 이충렬, 양익준, 배창호, 김유진, 이명세, 강우석, 김영빈, 김의석, 장현수, 송해성, 류승완, 조진규, 이정범. 총 21명의 영화감독들의 육성이 이 두권의 책에 담겼다. 그런데 <연출 수업>을 통해 대단한 연출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 곤란하다. 겉보기엔 그렇지 않지만(책 표지도 영화과 교재처럼 투박하고 책 자체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연출 수업>은 영화와 사랑에 빠진 감독들이 들려주는 21가지 러브 스토리다.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김홍준, 김대승 감독은 좋은 영화를 분석적으로 읽어내려가는 것으로, 강우석, 정윤철, 양익준 감독은 자신들의 고군분투 영화제작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영화에 대한 사랑을 표한다. 사랑하면 잔소리도 는다고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는 젊은 세대를 향해 이런저런 충고를 쏟아낸다. “수많은 복서들이 펀치가 세서 승리를 거두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맷집으로 이깁니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요즘 학생들은 맞는 걸 무서워해요. 처음부터 칭찬을 받고 싶어 하죠. 그렇지만 여기 앉은 모두가 스스로 천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나이가 되지 않았나요? 저는 환상을 깨는 것도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우석 감독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미치십시오.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항상 영화에 대한 생각을 멈추면 안됩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1천만 감독의 별볼일 없던 과거를 들려준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사그라질 때쯤 <연출 수업>의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보길 권한다. 다시 불끈 애정이 솟아나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