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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게이이치가 주는 마음의 치료제 <컬러풀>
김도훈 2012-05-09

나는 죽었다. 사후세계에서 천사 혹은 악마 프라프라를 만난 나는 자살을 기도하고 겨우 살아난 중학교 3학년 꼬맹이 고바야시 마코토(아소 구미코)의 몸에 들어가 6개월을 살아가며 전생의 죄를 기억해내야 한다. 만약 죄를 기억해내지 못하면 환생할 수 없고, 마코토 역시 다시 죽어야만 한다. 고바야시 마코토의 삶 또한 끔찍하다. 아버지는 우유부단하고 엄마는 춤선생과 바람이 났으며 형은 마코토를 극도로 경멸하는 데다가 학교에서는 왕따다. 다가오는 친구라곤 왕따인 쇼코(미야자키 아오이)밖에 없다. 과연 나는 전생의 죄를 기억해내고 마코토의 삶도 구원할 수 있을까.

<컬러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이름은 감독인 하라 게이이치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수면 밑의 이름이지만 사실 하라 게이이치는 지금 일본의 가장 훌륭한 애니메이션 작가 중 한명이다. 그의 대표작인 <갓파쿠와 여름방학을> <짱구는 못말려: 태풍을 부르는 장엄한 전설의 전투>를 본 적이 있다면 얼핏 아동용으로 보이는 소재를 통해 일본사회를 직시하고 다 큰 어른의 눈물을 쏙 뽑아내는 하라 게이이치의 기막힌 솜씨를 알고 있을 것이다.

여류작가 모리 에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컬러풀>도 하라 게이이치의 전작들처럼 동화적인 외피에 현대 일본사회의 문제(가족해체, 학원 왕따 문제)를 풀어낸 영화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랬듯이 하라 게이이치도 관객을 향해 ‘살아라!’를 외친다. 현생의 삶이 고통스러울지라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내라는 메시지는 조금 낭만적인 듯도 하지만 하라 게이이치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담아내는 특유의 섬세한 작화를 통해 결국 관객의 가슴을 두들기고 만다. 영화라는 매체가 실질적인 마음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면 <컬러풀>은 지금 한국 중·고등학교의 수업 교재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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