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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전성시대는 언제인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1985년 이후 한국 현대사를 아버지의 얼굴로 기억하는 영화다. 당시 그들은 “내가 이렇게 살 놈이 아닌데”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 피해의식에는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던 시장경제의 형성기/혼란기에 주워 먹을 떡고물에 대한 선망이 있었다. 투기와 협잡으로 구현된 욕망이 투사된 <범죄와의 전쟁>은 차라리 현대 한국의 미시 사회학적 기록이다.

이때 장기하와 얼굴들이 리메이크한 함중아와 양키스의 <풍문으로 들었소>가 당대의 스타일을 대변하지만, 사실 이 노래는 80년에 발표된 곡으로 70년대 솔, 사이키 전성기에 대한 후일담이자 소방차 같은 댄스그룹에 밀려난 그룹사운드에 대한 노스탤지어였다. 이후 가요계는 90년대 내내 근본적으로 80년대와 결별하며 산업화의 길을 걸었다. 한국사회도 마찬가지였는데 90년에 노태우가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이야말로 이 결별의 상징적 순간이다. 그 뒤에 아버지는 가족이라 부르던 깡패를 검사에 팔고 아들을 검사로 만든다. 깡패보다 검사가 최고인 시대의 나쁜 놈들은 과연 누구이고, 그들의 전성시대는 또 언제인가. 깡패가 사장을, 또 검사가 깡패를 패면서 시작되는 영화의 도입부가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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