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기적이었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북 단일팀이 여자단체전에서 대회 9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꺾은 일은 기적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에 언제나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 벽을 남과 북이 단일팀을 만들어 뛰어넘었다. 그 중심엔 남한의 탁구 여왕 현정화와 북한의 탁구 영웅 리분희가 있었다. <코리아>는 이 실화가 주는 감동을 고스란히 살려내려 하는 영화다.
핑, 퐁, 핑, 퐁. 탁구대를 맞고 튀어오르는 탁구공 소리가 화면을 가득 채우면 서서히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휴전선을 연상시키는 탁구대의 네트. 그 양편에 서서 공을 주고받는 현정화(하지원)와 리분희(배두나). 남북의 대치상황을 그대로 탁구라는 스포츠 경기에 대입한 오프닝 신이다. 현정화와 리분희는 번번이 세계대회에서 마주치는 탁구 라이벌이다. 그런데 경색된 남북 사이의 분위기를 체육 교류를 통해 완화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남북 단일팀이 결성된다.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팀이 된 남북 선수들은 처음엔 쉽게 섞이지 못한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무엇보다 한팀으로 엮이기 전까지 이들은 서로에게 ‘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장도 잠시, 탁구를 향한 열정으로 이국땅에 모인 또래의 선수들은 자연스레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남북 선수들이 친해진 것을 안 북한 보위부는 대회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선수들을 철수시킨다.
실화를 기억하는 관객은 영화의 결말 또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코리아>는 실화가 주는 감동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해서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초반에는 불필요해 보이는 에피소드들과 캐릭터가 산만하게 부각된다. 북한팀 선수 경섭(이종석)에게 첫눈에 반한 남한팀 선수 연정(최윤영)의 이야기라든가 남한팀 감독이자 단일팀 코치로 출연하는 박철민, 남한팀의 오지랖 넓은 선수로 출연하는 오정세 캐릭터가 그렇다. 이렇게 결승전 장면으로의 진입을 계속해서 미루는 이유는 아마도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을 한번에 터뜨리기 위해서인 것 같다. 확실히 결승전 장면은 감격스러운 데가 있다. 영화의 마지막엔 실제 현정화, 리분희 선수의 사진이 등장하는데, 영화가 다 담지 못한 그날의 감동이 이 사진 한장으로 모두 전해진다. 물론 실존 인물들의 사진과 오버랩되기 전까지 하지원, 배두나 두 배우는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낸다. 매사 똑 부러지고 자신감에 차 있는 현정화와 도도하고 묵묵한 리분희 캐릭터는 하지원과 배두나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다. 좀더 공격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건 하지원이고 능숙하게 영화의 흐름을 타는 건 배두나다. 스포츠영화로서의 개성은 부족하지만 <코리아>는 실화의 힘으로,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을 울린다.